“잊지 못할 일이 있어요. 로이스터 감독님이 롯데에 부임한 뒤 선수들에게 자기 목표를 써 보라고 했어요. 대부분의 선수들은 팀이 4강에 올라가는 것, 롯데가 우승하는 것 등을 적었는데 나 혼자만 ‘올 한 해 열심히 해서 메이저리그에 한 번 나가 보는 게 소원이다’라고 쓴 거예요. 그 후로 아무 말씀이 없더라고요. 오히려 기분이 나빴는지 시즌에 들어가서 계속 패전 처리만 맡겼어요. 순간 ‘아차’ 싶었죠. 내가 실수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 분 보기에 내 실력이 메이저리그감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잖아요. 그랬으니까 패전만 맡긴 거고요.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계속 눈여겨 봤더라고요.”
로이스터 감독은 최향남의 세인트루이스행을 전해 듣고 직접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가서 잘 됐으면 좋겠다는 격려의 말도 들려줬다고 한다. 자신의 집이 세인트루이스 산하 트리플A팀이 있는 멤피스와 가까우니 잠잘 데 없으면 집에 가서 자도 되고 도울 일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말도 덧붙여 최향남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로이스터 감독 입장에선 ‘메이저리그에 가겠다’고 목표를 써냈던 선수가 정말로 1년 후 (계약 조건이 어떻든 간에) 세인트루이스로 가게 된 상황이 흥미로웠을 것이다. 우리나라 나이로 서른아홉 살에 ‘도전’을 밥 말아 먹듯 하는 최향남의 인생이 더더욱 신선해 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