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꾸이저우(貴州) 팀과 계약을 했다. 꾸이저우 팀은 지난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 9단의 계약 조건은 지난해와 같다. 이기면 10만 위안을 받고 지면 없다. 대국수는 적으면 8판, 많으면 12판 정도. 10만 위안이면 현재 환율로 20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한 판의 대국료로는 큰 액수다. 웬만한 국내 타이틀 준우승 상금과 맞먹는다.
이 9단은 지난 시즌 구리 9단, 창하오 9단, 콩지에 9단 등 중국의 톱클래스와 겨루어 8전 전승의 눈부신 성적을 거두며 대국료로 약 1억 6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이건 국내 타이틀 두 개를 차지한 것과 비슷한 액수다.
최철한 9단은 시안(西安) 팀 소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안 팀은 지난해 을조 리그에서 2위를 차지한 팀. 성적이 좋아 올해는 갑조리그로 올라왔다. 최 9단은 이번이 데뷔 무대가 된다. 이기면 5만 위안(약 1000만 원), 지면 이세돌 9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없다는 조건. 시안 팀은 최 9단에게 주장을 맡아 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구 7단은 지난해 소속 팀이었던 쓰촨(四川) 팀과 재계약을 맺었다. 지난 시즌 쓰촨 팀은 갑조리그 5위에 머물렀지만 이 7단은 6승 3패로 자기 몫을 충분히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애초 이 7단은 재계약에 별로 마음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이 7단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하려는 쓰촨 팀의 적극적인 구애에 승낙을 했다고 한다. 대신 대국료가 20% 인상됐다. 지난해 이기면 4만 위안을 받는 조건에서 올해는 5만 위안으로.
우리 정상급 기사들의 중국리그 진출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우선 대국료 수준이 괜찮고, 외화 획득의 의미도 있다는 것. 요즘 같은 환율이라면 더욱 그렇다. 중국 정상 중견 신예들을 골고루 상대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것도 지피지기의 차원에서 크게 도움이 되리라는 것.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그러나 다소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이세돌 9단의 경우, 예전에 조훈현 9단이나 이창호 9단이 그랬던 것처럼 자신을 너무 혹사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렇잖아도 살인적 대국 스케줄로 강행군의 연속인데, 중국까지 왔다갔다 하다보면 체력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것.
이세돌 9단은 한국 정상이 아니라 세계의 정상으로서 자신의 위치나 비중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받고 있는 대국료도 물론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기왕 이름을 걸고 참가하는 것이라면 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다는 것. 이쪽에서 그런 요구를 해도 무리가 아니라는 얘기. A와 특A, 정상급과 정상은 또 다른 것이니까.
‘대우’는 대국료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리그에 참여하는 방식도 다르게 할 수 있다. 중국 기사들과 처음부터 동등한 조건에서 치고받고 하는 것 말고 다른 형태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옆에서 누가 매니저 역할을 좀 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세돌을 프로모션하는 일이 곧 우리 바둑계를 위하는 길이 되는 것이니까.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