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바둑은 최철한의 완승국이었다. 중반의 고비에서 이창호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대마의 안전을 뒤로 미루고 뭔가에 쫓기듯 실리에 욕심을 냈는데, 때를 기다리던 최철한이 이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최철한은 두 개의 백 대마를 갈랐고 백은 양곤마가 되었다. 거기서부터 최철한의 페이스.
최철한은 양곤마의 고삐를 움켜쥔 채 끝까지 늦추고 당기기를 반복하면서 백에게 반전의 기회를 허락하지 않았다. 완급조절 대마몰이의 한 경지를 보여 준 것. 양곤마는 모두 살았으나 딱 두 집씩 쌈지를 뜨고 살았다. 그 자체가 이창호로서는 수모였다.
최철한은 2004년 국수전 도전 5번기에서 이창호를 꺾은 이후 지금까지 여섯 번의 번기 대결에서 4승2패를 기록했다. 번기의 일인자 이창호에게 번기에서 이기고 있는 유일한 기사인 것.
<1도>가 문제의 장면. 이 9단이 백1로 실리에 욕심을 내자 흑은 2를 선수하고 4로 가르고 나간 것.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2도>는 검토실이 “이 9단은 이런 진행을 기대했던 것일까”라면서 만든 그림. 백1 때 흑2면 백은 3까지 선수하고 5로 지킨다. 흑이 6, 8로 상변 대마를 보강하기를 기다려 백도 9로 연결하는 것인데, 백5 이후의 수순에는 무리가 없다는 것이니, 백은 1로 끊지를 말고 그냥 5쪽부터 두어야 했고 그랬으면 긴 바둑이었다는 것.
<3도>는 백이 마침내 쓰러지는 대목이다. 백6이 과수였고, 흑7의 반격이 결정타였다.
<4도> 백1로 이어 버틸 수밖에 없을 때 흑2, 4로 마무리. 백은 석 점을 살려오는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