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우쥔신 9단은 지난 2007년 제11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우승, 대만 바둑을 한꺼번에 몇 단계 끌어올린 인물. 대만에서는 영웅으로 불린다. 최근 대만기원과의 불화로 마찰을 빚고 있는데,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32강전 중에서는 이목을 끌었던 판이다. 관록의 조훈현 9단이냐, LG배 우승으로 자신감을 얻어 목하 상승일로에 있는 저우쥔신 9단이냐. 조 9단이 밀리지도 않겠지만 쉽게 이기기도 어려우리라는 것이 전전 예상의 중론이었다.
그러나 이날 조훈현 9단의 대국을 관전한 기사들은 “조 9단의 기량이 전혀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실감했다. 특유의 흔들기는 전성기 때의 모습 그대로였고, 최후의 반집 역전 드라마를 연출한 것은 감동적이었다”면서 조 9단에게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종반 반집 역전 드라마의 현장으로 가 본다.
<1도> 마지막 반집 역전 드라마의 시작되는 장면이다. 좌하귀 흑1은 흑의 권리인데, 백2, 4가 조금 이상했다. 그게 이유가 있었다.
백2, 4에서 선수를 잡은 조 9단은 백6으로 호흡을 고른 후 우하귀에 표창 하나를 날렸다. 백8이었다.
<2도> 흑1을 기다려 백2. 그리고 흑3에는 백4로 패 모양을 만들었다. 팻감 공방을 몇 번 하다가….
<3도> 흑1의 팻감을 받지 않고 2로 이었다. 백4를 선수하고 6으로 집어넣어 이제는 정말 사생결단의 패로 몰고 갔다. 여기서도 역시 몇 차례 팻감 공방이 이어졌는데….
<4도> 백1 때 이번에는 흑이 불청하고 2로 따내 버렸다. 팻감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그러나 백3으로 두 점을 잡고 백5로 이것까지 살렸다. 아까 팻감을 받지 않았던, 버리겠다고 각오하고 있었던 돌들이다. 이래서 역전이었다. 그것도 딱 반집.
<5도> 흑1로 이었으면 대형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백4 다음 흑은 백을 놓고 따내야 하며 그러는 동안 백은 A에서 B까지 이득을 취하게 된다. 이렇게 당해서는 안 된다고 본 것.
1도 백2는, 원래는 <6도> 백2로 받는 게 정수. 세 집이나 차이가 난다. 그러나 백이 후수. 1도 백8을 결행하지 못할 수가 있다. 세 집을 버리고 사즉생을 외친 것, 그게 승인이었고 역전 드라마의 시나리오였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