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명룡 감독은 늦게나마 모교에서 봉사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새로운 농구를 전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
최명룡(최): 한양대 동문회의 추천으로 이력서를 제출했고 체육위원회가 선정해서 감독으로 임명됐어요. 그래서 오늘(3월 17일) 날짜로 감독 발령이 나게 된 거죠.
정: 8년 전 프로감독을 그만둘 때는 곧 다시 프로감독으로 복귀할 거라고 생각하셨을 텐데 이렇게 뒤늦게 대학 감독으로 가게 된 소감은 어떤가요?
최: 정말 긴 시간이 걸렸네요. 늦은 감은 있지만 모교에서 봉사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또 자식뻘 되는 선수들을 가르친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기대도 큽니다. 한양대학교에 새로운 농구를 전수하고 싶습니다.
정: 이번에 한양대 동문회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남다른 사연이 있나요?
최: 동문들이 위기 의식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요즘 우리 학교 농구팀을 들여다보면서 저도 많이 놀랐어요. 오고 싶어서 온 학생은 몇 명 없고 농구로 대학을 들어왔으니 마지못해 농구를 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심지어 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 고교 선수들에게 감독들이 “너 자꾸 그런 식으로 운동하면 한양대 보낸다”고 겁을 준대요. 도대체 이게 얼마나 황당하고 부끄러운 상황입니까. 저는 이것부터 바꿀 거예요. 한양대에서 농구했다는 걸 자랑스러워할 수 있도록 만들 작정입니다.
정: 사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최 감독께서는 모교 감독 자리는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갑자기 생각이 바뀐 이유는 뭐죠?
최: 동문들의 강력한 추대가 있었어요. 지금 우리 학교는 젊은 감독이 와서 새로운 체계를 만들기가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설득을 했어요. 너무 어려운 상황이었거든요. 처음엔 후배를 감독으로 만들고 전 그냥 뒤에서 총감독이나 했으면 하는 생각이었는데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게 되면서 결국 동문들의 뜻을 수용하게 됐죠.
정: 프로감독을 지낸 최 감독께서 부임했기 때문에 학교나 학부형이나 지금과는 다른 향상된 전력 또는 성적을 기대할 것 같은데요.
최: 성적에 대해서는 너무 연연하고 싶지 않아요. 학생답고 농구인답게 지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의 인격까지 교육시키고 졸업시켜야 지도자로서 부끄럽지 않다고 믿고 있죠. 그렇게 된다면 성적은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해요. 전 절대로 성적지상주의를 추구하고 싶진 않아요.
정: 성적을 내기 위한 대학 감독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선수 스카우트인데요. 어떤 방안이 있으신가요?
최: 지도자가 지도자답게 깨끗해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지금 한양대는 잘하는 선수들이 오려고 하지 않고 학부형들도 보내고 싶지 않아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학교의 분위기와 이미지를 바꿔 놓을 겁니다. 양식 있는 학부형들은 무엇보다도 참다운 지도자에게 자식을 맡길 거라고 믿습니다.
정: 지난해 KBL 전육 총재가 취임하면서 최 감독을 ‘농구인의 꽃’인 ‘경기이사’ 후보로 거론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현 경기이사인 김동광 이사와 막판까지 치열하게 경합하다 탈락해서 아쉬움도 컸겠어요?
최: 저도 경기이사 발표 전전날까지는 다 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니 바뀌었더라고요(웃음). 아쉽긴 했지만 저는 남들이 생각할 정도로 크게 실망하진 않았어요. 제가 원래 그런 일에 조금 대범한 편이에요.
정: 그런 일에 대범할 수 있다면 도대체 최 감독께서는 언제 소심해지나요(웃음)?
최: 사실 전 방송해설할 때 가장 소심해지죠(웃음).
2003년 미스코리아 진 최윤영의 아버지이기도 한 최명룡 감독은 프로농구 원년에 소위 가장 ‘떴던’ 스타감독이다. 당시 실업 최하위 두 팀이었던 산업은행과 한국은행 선수들로 프로팀 원주 나래 블루버드를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물론 허재, 김유택, 강동희 등이 주축이었던 최강팀 기아에게 챔피언의 자리는 내줬지만 당시 원주 치악체육관은 공공연히 암표가 성행할 정도로 강원도 각지에서 농구팬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나래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3년 내내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던 최 감독의 리더십은 포용과 사랑이다. 사람인 이상 누구나 가지고 있는 허물을 사랑으로 감싸주고 격려해주면서 지도자와 학생들 간에 좋은 전통과 좋은 분위기를 정립하겠다고 장담한다. 폭력으로 얼룩져 있는 학교와 학생들의 상처가 사랑으로 말끔히 치유되길 기대하면서 최명룡 감독의 건투를 빈다.
CJ미디어 아나운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