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알려지자 관사의 구멍 뚫린 치안시스템과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하는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신안군 홈페이지는 비난하는 글로 도배된 끝에 마비상태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뒤 전남교육청은 대책(?)을 발표했다. 골자는 교육당국이 피해 여교사 지원과 섬 관사 보안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피해 여교사에 대한 조치는 원하는 방향으로 인사이동과 휴직 및 병가 조치를 하고 변호사 선임 등 추후 과정도 도교육청 차원에서 ‘원하면(?) 해 주겠다’는 입장이다.
사건이 일어난 학교 관사를 비롯해 도서지역 교사들이 거주하는 관사 대부분이 별도 경비인력 없이 교직원들이 직접 관리하는데다가 주말에는 비어있는 경우가 많아 범죄에 취약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CCTV 등 보안 시설을 갖추고 있는 곳도 거의 없다. 사건이 일어난 학교는 교내와 외부에 각각 관사가 있었지만 학교안전 차원에서 설치된 CCTV 외에 관사용 CCTV나 경보시설은 없었다.
범행이 일어난 외부 관사에서 가장 가까운 CCTV도 1km 이상 떨어진 곳에 있었다. 여교사 4명이 거주하던 외부 관사는 잠금장치도 구식 자물쇠뿐이었다.
여교사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피의자들을 엄하게 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 불편한 섬 생활을 무릅쓰고 자신들의 자녀 교육에 애쓰고 있는 교사를 돕지는 못할망정 ‘인면수심’의 행태를 저질렀으니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받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사건이 났는데도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다.
전남교육청은 볼멘소리를 냈다. 한 관계자는 “예전부터 여교사 신규 발령 시 낙도·오지를 피해 배정하는 방식을 도입했으나 이번에는 해당 자리에 투입 가능한 남교사나 경력 여교사를 찾기 힘들어 예외적으로 인사를 했다”며 “교육부와 협의해 인사 발령 대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도서벽지에 근무하는 여교사 거주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며 교육부는 이를 확대해 전국 시도교육청 학교 관사의 보안 상황 등 운영 실태를 전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이뿐이었다. 더는 대책이 없었다. 알맹이 빠진 미봉책이란 지적이 난무했지만 도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그래서 일각에선 안전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면 도교육청의 측 과실이 커지므로 원인 파악에 소극적인 한편 묵묵부답을 대책으로 설정한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기가 찬 것은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던 전남 신안의 학교 관사들에 대한 보안 시설 개선요구가 지난해 있었지만 묵살됐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7일 전교조 전남지부와 전남 신안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전교조 전남지부 신안지회와 신안교육지원청 간에 열렸던 정책협의회에서 전교조 신안지회가 학교 관사 보안문제를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전교조는 일선 학교의 의견을 수렴해 섬 마을 학교 관사에 대한 보안시설 등에 대한 보수를 요청했다고 한다.
김현진 전남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학교 관사에 침입한 흔적이 있거나 밖에서 문을 흔드는 등의 사례가 접수돼 교육지원청에 시정을 요구했다”며 “이후 개보수 작업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교직원들이 좀 더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는데 예산 문제 등으로 반영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남교육청이나 신안교육지원청측에 입장 표명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운 나쁘게 ‘못된’ 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여서 피해자는 가슴만 치고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남자 교사가 부족해서 도서지역에 여 교사를 발령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과 안전시스템 부재 역시 예선 부족한 탓이어서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단 말인가.
지역민과 네티즌들의 분노를 자극한 것은 수장인 전남교육감과 신안군수의 태도다. 아직 공식적인 사과는 고사하고 그 흔한 사과문 하나 발표하지 않고 있다.
가정으로 치면 아버지뻘인 교육감과 군수가 딸아이가 그 험한 일을 당했는데, 어떤 바쁜 일이 있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지 모르겠다. 한숨만 나온다.
장만채 교육감은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의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에서 지난해 4월 이래 13개월째 연속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교육의 본질적 가치추구와 동시에 교육현실을 감안한 정책을 추진해 왔으며 교육수요자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용적인 교육정책을 시행해온 점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게 전남교육청의 분석이다.
하지만 외부 관사 잠금장치라곤 구식 자물쇠뿐이었다는 소식에 장 교육감이 추구해 온 실용 교육정책의 ‘허상’을 목도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비록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장 교육감과 신안군은 더 늦기 전에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추가대책은 물론 관련 책임자에 대한 문책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할 시점이다.
시간이 가면 상처가 대충 아물 것이란 생각으로만 접근했다간 되레 화만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정성환 기자 = ilyo66@ilyo.co.kr
-
한전 전주이설 항의민원 거짓답변·강압적 대응 파문
온라인 기사 ( 2021.10.18 22:06 )
-
백신패스 시행 후 목포 코로나 신규 확진자 중 돌파감염 65.7%…백신패스 한계 드러내
온라인 기사 ( 2022.01.12 23:45 )
-
임실군 비료생산업 등록·관리부실…환경오염 원인 제공
온라인 기사 ( 2022.01.20 16: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