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도> 흑1에 백2로 반발하고 3~5로 귀를 도려내자 백6으로 잠입한 장면. 기발한 수였지만, 최철한의 무리였다.
<2도> 잠입한 백을 외면하고 흑1로 이쪽에서 한 칸 뛴 것이 이창호의 멋진 대응이었다. 백2로 여길 나온 것은 돌의 체면을 고려한 것이었겠지만 흑3이 쉽고도 강력한 대응. 일단 백4로 젖혔으나 흑5에는 백6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어서는 백의 실패가 보이기 시작했다. 백6으로 A에 넘으면 흑B, 백C에서 흑이 6의 곳을 밀어가는 진행이 뻔히 보이는데, 백이 그렇게 저위를 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3도> 흑1부터 백12까지 바꿔치기. 좌하귀가 더 컸다. 그리고 흑이 선수. 다만 흑13으로는 한 줄 높게 A로 가는 것이 좋았다는 것. 이제는, 실리보다는 백의 중앙을 견제할 때라는 것. 아무튼 이래서는 흑이 우세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4도> 흑1과 백2로 피차 지키면서 끝내기에 들어가는 장면. 흑3은 당연했지만, 이어진 흑5가 실착으로 패국으로 가는 첫 걸음이었다. 백6이 좋은 자리. 흑5로는 A로 들어가 이쪽을 삭감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하 백8이 교묘한 수였다. 흑B로 응수해도 백C 같은 게 남으니까. 흑9는 고육지책이자 최강의 대응이었는데, 이게 패국으로 가는 두 번째 발걸음이었다.
<5도>백1 다음 흑은 <4보>의 우상귀, 흑D와 백E를 교환한 후 2로 막았는데, 백3, 5로 간단히 수가 나고 말았다.
<6도> 백2~8로 완생하는 순간 역전이었고, 승부도 끝이었다. 이창호의 대착각이었다. 흑7로 8자리에 치중하는 것은 백이 7자리에 끊어 이쪽 흑이 먼저 함몰한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