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정지원(정): 올해는 부상 때문에 정규시즌에서 강혁 선수의 모습을 보기가 어려웠어요. 맘고생도 많았을 텐데 4강 플레이오프 활약을 보면서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리고 완벽하게 경기감각을 회복한 건지 궁금해지더군요.
강혁(강): 제가 올해 38경기밖에 못 뛰었어요. 양쪽 손에 다 금이 간 건 제 농구인생에서 처음이었어요. 양손에 모두 깁스를 하고 나니 땀도 못 흘리고 운동은커녕 밥도 못 먹을 정도였으니까요. 제가 빠르게 회복해서 경기 감각을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변의 도움이 컸던 것 같아요. 재활 후 처음 복귀했을 때 다들 저에게 무리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격려해주었어요. 감독님도 특별히 배려해주셨고 제가 없는 동안 팀도 성적을 내면서 잘나갔어요. 그래서 모든 것들이 순조롭게 진행됐던 것 같아요.
정: 삼성은 지난해 챔피언결정전에서 원주 동부에게 ‘완패’의 수모를 당했어요. 지난해 부진의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강: 우리가 부진했다기보다는 상대였던 동부가 너무 잘했었죠. 특히 동부의 간판 김주성이 정말 돋보였어요. 작년에는 한 게임만 잘했던 게 아니라 전 게임을 다 잘하더라고요. 자기가 원하는 대로 다 되는 농구를 하니 우린 방법이 없었죠.
정: 시즌 중에 만났던 전주KCC는 지난해 우승팀 동부보다 더 까다로운 상대였나요?
강: KCC 역시 동부와 마찬가지로 신장이 큰 팀인데 최근 몰라볼 정도로 급성장한 하승진의 존재 때문에 더 까다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승진의 플레이를 보면서 우리도 다들 놀랐어요. 워낙 신장이 큰 데다 기량이 일취월장해져서 막기가 너무 어려워졌어요. 우리도 KCC와는 정규리그 때 재밌는 경기를 했어요. 하승진에 대한 대비책이 우승의 변수가 될 거예요.
정: 흔히 농구는 ‘신장의 게임’이라는 얘기를 많이들 하는데 작은 팀이 큰 팀을 이기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강: 딱 세 발자국만 상대보다 더 뛰면 돼요. 키가 작으니까 더 많이 뛰어야죠. 모비스전도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모비스는 젊은데다 항상 다른 팀보다 더 많이 뛰는 팀이니까 우리는 그보다 한발 더 뛰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KCC와 똑같이 뛴다면 당연히 우리가 지겠죠. 특히 수비할 때 한 발자국 더 뛰고 집중력에서 절대로 지지 말아야죠.
▲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강혁이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 썬더스 | ||
강: 챔피언전은 10경기나 20경기를 치르는 게 아니잖아요. 단기전 몇 경기에서 상대방보다 조금 더 뛸 수 있는 체력 정도는 충분하죠.
정: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위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강: 최고참 이상민 선수가 늘 강조하지만 역시 집중력인 것 같아요. 딴 생각을 한다거나 한번 집중력이 떨어지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게 단기전이죠. 그렇다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은 오히려 경직을 불러와 화를 자초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4강전부터 즐긴다는 자세로 임했어요. 이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팀들의 축제라고 생각하니 즐거워졌고 컨디션도 살아났어요. 팬들과 함께 마지막 축제를 즐긴다는 기분으로 챔피언전을 치르고 있어요.
정: 강혁 특유의 해결사 기질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누구의 영향을 받은 건가요?
강: 저는 군복무 전에는 주로 식스맨으로 뛰었어요. 제대 후 서장훈 선수와 함께 농구하면서 많이 배웠어요. 그 때 제 농구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어요. 서장훈 선수가 함께 뛰면서 제게 패스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었고 제 몸에 배게 됐죠. 2대2 플레이도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죠. 게다가 우리 팀에 좋은 외국인 선수들이 많이 들어와서 제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었죠. 특히 서장훈의 강한 승부욕과 기질을 많이 배웠어요.
정: 지금까지도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앞으로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강: 제가 지금 데뷔 후 8시즌째 삼성에서 뛰고 있거든요. 지금까지 삼성이 2번 우승을 했는데 그 때마다 제가 다 뛰었어요. 그래서 은퇴하기 전까지 5번 우승에 도전하고 싶어요. 올해도 더없이 좋은 기회라고 봐요. 아직 계약기간이 2년 남아 있거든요. 올해 우승하고 내년에 산드린 들어와서 2년 연속 우승하면 저하고 이규섭은 총 다섯 번을 우승하는 셈이 되죠. 삼성의 챔피언결정전 다섯 차례 우승이 제가 도전해보고 싶은 꿈이에요.
강혁은 삼성의 복덩이다. 강혁이 입단한 후 삼성은 지난 8시즌 동안 8년 연속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며 2번이나 챔피언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강혁은 그야말로 삼성의 진정한 프랜차이즈 스타인 셈이다.
CJ미디어 아나운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