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한 9단이 얼마 전 잉창치배 우승 상금의 일부를 모교인 외국어대학교에 장학금으로 기증해 우리를 훈훈하게 해 주더니 이번에는 착각의 웃음을 선사해 주었다. 아무래도 최 9단은 ‘독사’는 아닌 것 같다.
나는 처음부터 그 별명이 맘에 들지도 않았거니와.
5월 26일, 제14기 GS칼텍스배 본선리그, 최철한 9단과 홍기표 4단의 한 판. 최 9단이 흑이다.
<1도> 거의 다 둔 모습. 흑의 낙승임이 보인다. 우상귀 쪽 백1, 끝내기다. 어차피 단 둔 바둑이니 계가나 해 볼 요량이었을 것이다. 다음 흑A로 막고, 백B로 막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여기서 믿지 못할 일이 벌어졌다. 흑은 A로 막은 것이 아니다.
<2도> 좌상귀 흑1로 젖힌 것. 백2로 나오는 순간 바둑은 끝났다. 최 9단은 백2 다음 흑A로 끼우면 위의 석 점은 잡는 것으로 착각했다는 것.
프로도 이런 착각을 한다. 우리는 물론 더 자주, 이것보다 훨씬 더 쉬운 것도 착각을 한다. 애증도, 선악도 착각을 한다. 지나고 나면 가슴을 치는 착각도 있고, 오늘 이 바둑처럼 함께 한바탕 웃고 넘어갈 착각도 있다. 가슴을 치는 착각이 드라마를 만들고 역사를 만든다. 요즘 우리는 그걸 새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잘 가시라 ~~ 우리의 슬픈 착각을 위하여!!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