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지성의 아버지 박성종씨 | ||
지난달 2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꿈의 무대’를 밟았던 박지성. 그리고 그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아버지 박성종 씨와 어머니 장명자 씨. 맨유 선수단 전세기를 타고 영국에서 로마로 이동했던 그들은 패배의 아픔을 안고 다시 선수들과 함께 맨유로 이동했다. 선수단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나고 헤어지려는 순간, 맨유의 한 관계자가 박성종 씨를 찾아와선 “팀 사정이 어수선해서 재계약을 서두르지 못했다. 조만간 만나서 매듭을 짓자”며 악수를 청했다고 한다. 박지성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박 씨는 다음날 이미 예정돼 있었던 박지성의 퓨전 면도기 질레트 광고 촬영을 지켜본 후 서둘러 박지성을 두바이로 보냈고 두 부부도 한국으로 들어왔다.
“설마 중동팀에 가겠나?”
“한국에 들어와서야 지성이와 관련된 다양한 추측 기사들이 나온 걸 알았다. 이전에도 재계약과 관련해서 맨유와 우리가 구두로 합의했다는 기사가 나오지 않았나? 전혀 사실과 다른 기사가 사실처럼 나오는 게 영국 신문들이다. 또 그걸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받아서 쓰는 기사가 한국의 언론들이다. 이적설, 방출설, 모두 사실이 아니다.”
박 씨는 오만과의 평가전 이후 한 중동지역의 방송사 기자가 박지성에게 ‘알자지라팀으로 이적한다는 소문’을 거론한 것과 관련해서 어이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지성이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설마 중동팀으로 가겠느냐? 그게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느냐? 도대체 그 기자가 무슨 의도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
▲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 EPA/연합 | ||
오히려 박 씨와 박지성의 에이전트는 재계약의 시기보다는 맨유와 재계약 협상을 벌일 때 어떤 조건을 내세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눴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한다.
“일단 구단 측 제안을 들어볼 생각이다. 구단 측 제안을 받고 우리가 생각한 부분과 어느 정도의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검토한 후 우리 측 제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번만큼은 우리가 요구할 부분들을 명확하게 할 것이다.”
3년 전 박지성이 맨유와 재계약을 했을 때 박지성 측에선 부상과 수술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과 관련해 구단 측 제안을 무조건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당시엔 선수의 입장을 내세울 만한 ‘성적’이 너무나 보잘 것 없었던 것. 그러나 올시즌에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최고의 컨디션을 나타내며 풀시즌을 소화했다. 박지성이 받고 있는 연봉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는 게 박지성 측의 주장이다.
박 씨는 맨유와 재계약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이 아닌 ‘몸값’이라고 처음으로 밝혔다. 그동안 몸값보다는 계약 기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것과는 상반된 내용이라 어느 순간부터 박지성 측의 입장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이전에는 계약 기간에 큰 의미를 뒀는데 지금은 기간보단 몸값이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지성이가 긱스처럼 맨유의 레전드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체력이 떨어지고 제 역할을 하지 못할 경우 바로 퇴출될 수 있는 선수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계약기간에 매달리는 것보다는 지금까지 저평가받았던 부분을 만회할 수 있는 대우가 중요하다. 아직 정확한 액수는 밝힐 수 없다.”
그동안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의 지시에는 무조건 복종하고 따랐다. 경기 종료 1분을 남겨 놓고 투입을 시켜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펄펄 뛰어다녔던 선수가 박지성이었다. 테베스나 나니보다 저평가받고 있음을 알면서도 서운해 하거나 그런 감정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았다. 두 차례의 재계약 과정에서도 그 흔한 잡음 한번 일으키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일 거라는 게 박성종 씨의 설명이다.
“재계약과 관련해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조급해지는 건 맨유 측이다. 우린 급할 게 하나도 없다. 확실하진 않지만 아마도 이달 안에는 구단으로부터 계약을 마무리 짓자는 얘기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고 있으니 더 이상 지성이 거취와 관련해 방출이니, 이적이니 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구단 측에서 더 몸달 것
박 씨는 방출설이 나돈 것과 관련해 박지성의 반응에 대해 “그냥 헛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맨유 선수들이 워낙 많은 소문들에 시달리고 있는 걸 가까이서 지켜봤기 때문에 자기와 관련된 상상치 못한 루머들에 대해 비교적 담담한 편인 것 같다”라고 해석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