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이천수의 매니저로부터 전화가 왔다. 저녁 몇 시까지 강남의 한 음식점으로 와 달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이천수의 이적설이 불거진 상황이라 내심 궁금하던 차에 잘 됐다 싶어서 부리나케 달려갔다. 8명의 스포츠 기자들이 그 자리에 모였다. 이천수의 매니저로부터 이천수의 이적 가능성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었고 페예노르트가 이천수의 이적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전남에서 이천수를 완전 영입하지 않겠다고 하는 이상 이천수는 페예노르트의 움직임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기자들은 이천수의 이적설이 알려질 경우 가뜩이나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천수를 향한 비난이 다시 빗발칠 것을 염려했다. 그러나 매니저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천수의 상황이나 페예노르트와의 관계, 그리고 이면계약 등등 이천수가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8명이 똑같은 얘기를 들었고 각자 기사를 쓰기 시작했는데 다음날 나온 내용들은 제각각이었다. 한 매체에서는 ‘자작극’으로 이천수를 매도했다. 이천수나 매니저는 지금 완전 ‘나쁜 X’가 돼 버렸다. 구단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선수를 이적시키거나 방출시키는 건 당연하고 선수가 원 소속팀(페예노르트)의 이적을 거부하지 않는 건 자신을 구해준 임대팀(전남)에 대한 배신 행위라고 못 박은 것이다.
인복이 지지리도 없는 이천수는 당시 계약을 진행시킨 에이전트는 뒤로 물러나 있는 상황이다. 공식적인 직함이 없는 매니저만 이리뛰고 저리뛰며 총알받이를 하고 있다. 이천수도 잘 한 건 없지만 그동안 이천수를 완전 영입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친 전남도 그리 할 말은 없을 것 같다. 이천수로부터 위약금 3억 5000만 원을 돌려받는다면 전남은 손해보는 장사는 안 한 게 아닌가.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