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4강 진입 실패
지난 8월 6일 프로야구 TV중계를 지켜보던 야구팬들은 ‘믿기 어려운’ 장면을 목격했다. LG와 KIA의 경기였다. 경기 중 LG 투수 심수창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자 포수 조인성이 마운드로 걸어 올라갔는데 두 선수가 마운드 위에서 언쟁을 벌이며 신경전을 펼치는 장면이 나온 것이다. 코치의 제재로 심수창이 강판했고 일단 사건은 마무리됐다. 하지만 팬들은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내분 사태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결국 LG는 며칠 후 두 선수에게 각각 1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2군행을 결정했다.
당시 사태에 대해선 말들이 많다. 일각에선 조인성이 평소 투수 위주가 아닌 포수 위주의 리드를 해왔기에 투수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고 결국엔 일이 터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파장은 겉보기보다 심각하다. 결과적으로는 이 사건이 김 감독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도자는 일단 성적으로 모든 걸 평가받지만 한편으론 팀을 잡음 없이 이끌어가는 지도력도 중요한 요소다.
어찌 보면 김 감독도 피해자다. LG는 전통적으로 자유분방한 팀 스타일을 지녀왔다. 김 감독은 본래 선수에게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많이 하지 않는 편이다. 성적이 좋았던 올해 초반만 해도 잘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다. 그런데 시즌 중반부터 4강 진입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문제가 생겼다.
김 감독은 올 가을 3년 계약이 만료된다. 팀 성적도 나쁘다보니 거취에 대해 일찌감치 이런저런 루머가 돌았다. 코치들은 코치 나름대로 몸을 사리다보니 선수들 사이의 반목이 심해지는 상황을 그동안 전혀 통제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일은 터졌고 김재박 감독은 선수들을 편하게 풀어줬다가 오히려 된서리를 맞게 된 셈이다.
#LG에선 힘 못쓰는 명장
악재는 또 있다. LG는 최근 몇 년 동안 트레이드에서 별다른 재미를 못 본 팀이다. 올해 또 한 차례 그런 일이 발생했다. LG는 지난 겨울 히어로즈에서 FA가 된 정성훈을 거액을 들여 붙잡았다. 3루수 정성훈이 장기계약(구단 발표는 1년)을 했으므로 기존 3루 백업요원인 김상현이 필요가 없어졌다. 결국 LG는 4월 19일 김상현과 박기남을 묶어 KIA로 보내고 대신 투수 강철민을 받는 2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처음엔 양 팀 모두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됐다. 수술 후 재활 중인 강철민이 다 나으면 선발진이 빈약한 LG에서 큰 보탬이 될 거라는 예상이었다. 김상현이 KIA로 옮긴 뒤 중용되기 시작했지만 LG에선 대신 FA로 영입한 정성훈이 좋은 성적을 냈고 팀도 한때 연승 행진을 달렸기에 별 탈이 없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묘해졌다. 김상현이 KIA 중심타자로 활약하면서 펄펄 날기 시작한 것이다. 결정적인 만루홈런을 펑펑 쳐대기 시작한 김상현은 8월 13일 현재 23홈런으로 이 부문 2위, 89타점으로 1위, 장타율 5할8푼6리로 3위에 올라 있다. LG에서 버린 선수가 타격의 핵심인 홈런, 타점 타이틀을 따낼 수 있을 정도로 급성장해버린 것이다.
모든 트레이드는 결국엔 ‘결과론’의 지배를 받는다. 모든 팀들이 좋은 결과를 위해 트레이드를 선택하지만 결과가 나쁘면 홈팬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 LG가 그렇다. 게다가 트레이드를 통해 데려온 강철민은 8월 13일 현재까지 1군 경기에 단 한 번도 등판하지 못했다. 그러니 김상현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처럼 ‘실패한 트레이드’의 경우에도 결국엔 감독에게 화살이 날아가게 돼 있다.
근본적으로 성적이 문제다. LG는 올 시즌에도 최종성적이 7위권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결국 3년 연속 4강 실패가 거의 굳어지고 있다. 현대 유니콘스 시절 빛나는 성적을 남긴 명장이 LG에선 도무지 힘을 쓰지 못했다. 거취문제에 많은 사람이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야구판은 냉정하다. 일단 감독 교체 가능성이 보이면 사령탑 자격을 갖췄다고 판단되는 다수의 인사들이 여러 경로를 통해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벌써부터 LG를 둘러싸고 몇몇 야구인들의 물밑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LG의 선택은 공식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당연하다. 이런 경우엔 구단에서 시즌 중에 어떤 경우에라도 감독 거취에 대해 암시조차 하면 안 된다. LG가 김 감독과 재계약을 할지, 아니면 또 다른 선택을 할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지도자 데뷔 후 초고속 신분 상승을 해온 김 감독이 사상 처음으로 큰 위기를 만났다는 사실이다. 경기 중 TV 화면을 통해 김 감독의 얼굴이 비칠 때 많은 팬들이 그의 고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정진구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