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선수로는 최초로 미LPGA투어에서 올해의 선수, 상금, 다승, 신인에서 모두 1위로 올라선 신지애(21)는 인터뷰하는 재미가 넘치는 선수다. 지난 14일(한국시간) P&G뷰티 NW아칸소챔피언십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으로 시즌 3승을 달성한 후 삼성월드챔피언십을 위해 샌디에이고로 바로 날아온 신지애를 <일요신문>이 토리파인즈 골프장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여자골퍼로부터 알려지지 않은 미국생활의 뒷얘기를 재미나게 들어보자.
―연세대 재학생인데 학업은 어떻게 하나(나름 신선한 질문을 하려고 고심 끝에 골프 외의 질문을 먼저 택했다)?
▲잘 아시면서 왜 처음부터 식상한 질문을 하세요(한방 먹었다)? 리포트, 인터넷 강의로 대신하고 있어요. 나름대로 충실히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될 때가 많아요. 아 참, 한국에 있는 대학에 적을 두고 있는 다른 선수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면 유독 연세대는 골프선수라고 봐주는 게 별로 없더라고요. 정말이지 이러다가 4년 내에 졸업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
―(다시 한 번 신선한 질문을 찾아)지난 번 한국에서 인터뷰 때 스피드광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속도를 내기 좋은데 운전은 어떻게 하고 있나? 미국 면허증은 취득했나?
▲(아주 신이 난 듯) 저 지난 5월에 조지아주에서 면허증 땄어요. 이제 미국에서 국내선 탈 때 여권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돼요(함박웃음, 작은 눈이 아예 없어졌다). 그리고 면허 딸 때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여기 캘리포니아처럼 조지아주도 필기시험을 한국어로 치를 수 있어요. 그런데 제가 뭐 잘못 체크를 했는지 처음에 컴퓨터 화면에 영어로 나오더라고요. 안내만 영어로 나오는 줄 알고 그냥 시험을 쳤는데 끝까지 영어더라고요. 결국 한국어 대신 영어로 필기시험을 치렀고 다행히 붙었어요.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지만 말이에요(손가락 V).
―(좋은 질문 덕에 분위기 좋아졌다!) 그럼, 직접 운전하고 다니나? 팬 카페에 나온 사진을 보니까 한국 미니밴을 타고 다니는 것 같은데.
▲아니요, 저 아직 차 없어요. 그거 렌터카예요. 운전은 국제면허증을 가진 아빠가 주로 하세요. (잠시 부친 신재섭씨가 음료수를 사러 간 사이) 그리고 솔직히 저 120(약 193km)마일까지 밟아 본 적 있어요.
▲ 신지애가 지난 17일(한국시간) 토리파인즈골프장내에 있는 힐튼호텔에서 인터뷰를 마친 후 아버지 신재섭 씨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아직 계약은 마치지 않았어요. 하지만 마음에 둔 집이 있어서 내년부터는 애틀랜타 집을 거점으로 투어생활을 할 거예요. 원래 한국 용인에 있는 집도 제가 구했어요. (옆에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며) 아빠 맞죠? 이유는 딱히 말할 수 없는데 분위기 등 모든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아무래도 투어가 동부쪽에 많으니까 애틀랜타는 이동에도 이점이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신지애 선수가 1978년 낸시 로페스 이후 처음으로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에 석권하느냐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스스로 어떤 느낌이 드는가?
▲지금 제가 올해의 선수, 상금 등에서 1위에 올라 있지만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잖아요. 세계 최고의 선수, 이런 타이틀은 아직 부담이 돼요. 단 남은 미LPGA 대회를 모두 출전할 생각이에요. 크리스티 커, 로레나 오초아 등 경쟁 상대가 많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해요. 참 낸시 로페스는 3~4번 만났어요. 루키 오리엔테이션이랑 루키 아우어(미LPGA투어에서 신인들은 의무적으로 봉사시간을 가져야 한다) 등에서 만났는데 제게 아주 잘해주세요. 골프 참 잘 친다고 하고, 영어가 많이 늘었다고도 하고 다정하게 격려를 많이 해줘요. 다시 만나면 78년 낸시 로페스가 낸 기록에 대해 얘기를 나눠봐야겠어요.
―올해가 첫 시즌인데 미LPGA투어생활을 하면서 힘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 같다.
▲당연히 체력이요. 하도 말을 듣고 그래서 힘들 걸로 예상을 했지만 직접 생활해보니 이동도 장난이 아니에요. 참, 세이프웨이클래식 대회 때 벌에 쏘인 건 정말 힘들었어요. 3라운드 2번 홀에서 왼쪽 옆구리를 벌에 쏘였는데, 10번 홀에서 그 조금 위를 또 쏘였지 뭐예요. 아마 제가 그날 노란색 옷을 입은 것 같은데 벌들이 노란색을 좋아해서 하루 종일 저를 따라다닌 것 같아요.
―얼마 전 양용은 프로가 미PGA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메이저챔피언이 될 때 흰 옷을 입어 화제가 됐다. 타이거 우즈나 양용은 프로처럼 마지막 라운드에 특정 색깔의 옷을 입을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단호하게) 싫어요. 일부러 징크스를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보라색 상의를 입으면 성적이 나빠 고민했는데, 그나마 아칸소대회에서 우승할 때 보라색 옷 입고 역전 우승했으니 이제 이 징크스도 털어버렸네요.
―영어는 많이 늘었나?
▲물론 아직 잘 못해요. LPGA사무국에서 외국선수들을 위해 영어레슨을 하는데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 중이에요.
―지난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영어인터뷰를 아주 잘해 눈길을 끌었는데, 요즘 인터뷰는 어떻게 소화하고 있나.
▲아직 너무 어려워요. 맞아요. 이번 아칸소대회 우승 후에 한 인터뷰는 정말 최악이었어요. 원래 3라운드까지 우승권에 있으면 전날 좀 준비를 하거든요. 이렇게 이렇게 말해야겠다고요. 그럼 어느 정도 잘할 수 있어요. 그런데 7타차 역전우승이 말해주듯 전혀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무 준비도 못하고 막 인터뷰를 하다 보니…, 쩝 고생 많이 했죠. 인터뷰 때문이라도 앞으로는 3라운드까지 잘 쳐야겠어요(웃음).
―다시 생활 얘기 좀 하자. 여동생과 남동생이 한국에 있는데 연락은 자주 하나? 전교 1등으로 알려진 여동생이 고3 수험생으로 입시 준비가 한창일 텐데.
▲전화 많이 하죠. 여동생은 원래 무조건 고려대에 간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연세대를 다녀서 그런지 최근에는 고려대는 후보 목록에 없더라고요. 지금 수시 원서접수를 한창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서울대 포항공대 연세대 등에 지원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