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추신수.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
지난 3일, 인천공항에 눈에 익숙한 경호원이 나타났다. ‘설마 추신수 때문에?’ 했는데 진짜 추신수를 경호하기 위한 사람들이었다. 추신수의 매니지먼트를 맡고 있는 조찬희 씨한테 경호원을 세운 이유를 묻자, “그냥 그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라는 대답이 나왔다.
문제는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추신수가 경호원의 ‘심한’ 행동 제약에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부터였다. 경호원은 추신수가 가족들과 짧은 만남을 갖고 기자들 앞에 다시 설 때까지 철통 경호를 했고 추신수가 인터뷰를 짧게 하게끔 아예 기자들의 질문을 막고 나섰다. 추신수가 밖에 세워진 전세버스로 향하는 동안 팬들의 사인 요청까지 막았지만 추신수가 오히려 경호원들을 막고 나서며 팬들의 사인에 일일이 대응해줬다.
다음날 오전, 추신수의 기자회견이 열린 호텔에서 우연히 만난 추신수의 아버지 추소민 씨는 “경호원 때문에 매니저에게 야단을 쳤다. 신수한테 무슨 경호가 필요하냐? 김연아 선수도 아니고…. 진짜 경호가 필요하다면 내가 나서면 된다”면서 “나와 내 아들은 이렇게 시끄럽고 번잡한 일 자체를 싫어한다. 기자들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가 훨씬 마음 편한 것 같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추신수 측에서는 매스컴의 엄청난 인터뷰 요청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기자회견을 열기로 결정했다. 귀국 다음날 오전 10시,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 공항에서보다 훨씬 많은 취재진들이 몰려들었고 10시 정각에 추신수가 단상에 올라섰다. 사회자가 “기자분들, 이제 질문을 시작해 주세요”라고 말을 꺼냈지만 원래 다른 기자회견에서도 그렇듯이 초반에는 서로 손 들기를 주저했다. 사회자가 “질문이 없으시면 기자회견 끝낼까요?”라고 협박성(?) 멘트를 날리자, 그때부터 기자들의 질문이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10여 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사회자가 “이번 질문을 마지막으로 받겠습니다”라고 말했고, 기자들은 “무슨 기자회견을 이렇게 짧게 하느냐”는 원성을 나타냈다. 그 후유증은 추신수가 자리를 떠난 뒤에도 계속 됐다. 한 기자는 그 사회자한테 다가가서 거칠게 항의를 했는데, 추신수 매니저 조찬희 씨는 “원래 기자회견을 10분만 하겠다고 공지를 했었다. 정해진 대로 한 건데 왜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론 약속된 10분이라고 해도, 사회자가 조금은 융통성 있게, 그리고 부드럽게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지난 5일 경남 양산의 천주교 하늘공원 납골당 앞. 오전 9시에 추신수가 부산고 스승인 고 조성옥 감독을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새벽 4시에 서울을 출발했다. 미국에서 가져온 양복이 없어 스폰서가 제공한 티셔츠에다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추신수. 급히 그곳을 찾은 지인들이 입은 양복을 살펴봤지만 모두 추신수의 몸에 맞지 않았다. 추신수가 “그냥 이 차림으로 인사를 드리겠다”라면서 “솔직히 감독님이 저 안에 계시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지금도 내가 이곳에 왜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조성옥 감독의 부재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추신수와 함께 조 감독을 찾은 아버지 추소민 씨는 먼저 납골당을 나와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신수한테는 스승이었지만 나한테는 친동생이자 동반자나 마찬가지였다. 신수가 조 감독을 ‘또 다른 아버지’라고 불러도 전혀 서운하지 않았다. 나 또한 그 분을 신수 아버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많은 제자들 중에서 신수가 가장 많이 맞았다. 그런데 신수는 단 한 번도 감독님을 원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자신의 잘못 때문이란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수도 그렇지만 나도 조 감독님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꼭 만나 소주라도 한잔 하고 싶다.”
납골당을 빠져 나온 후에도 쉽게 감정 조절을 못한 추신수. 기자가 다가가자, “이젠 믿어지네요. 정말 감독님이 돌아가셨네요”라며 또 다시 눈시울을 붉힌다. “나중에 혼자서 다시 찾아오려고요. 감독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거든요.”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그리고 추신수…. 이들의 공통점은 메이저리그 출신이란 사실도 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둔 뒤 귀국한 이후의 행보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뉴스메이커를 쫓는 기자와 기자를 피해 다니는 스타플레이어들. 아마 그들 모두 ‘금의환향’이란 타이틀을 안고 귀국했을 때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미국에 있을 때가 제일 자유로웠다’라고.
양산=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