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도=호구되는 곳이 급소, 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라는 격언대로라면 흑1 자리지요. 백이 1의 곳에 두면 한 집이 생기고, 그러면 유가무가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백2를 당하는 순간 허망해집니다. 백은 A와 B를 맞보기로 넘어갑니다.
◇정해도=직접적으로는 관계가 없는 것 같이 보이는 흑1의 곳, 여길 가만히 내려서는 것이 묘착입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는 ‘무위’의 맥점입니다. 흑1은 얼른 보면 딴청을 부리는 수 같고 너무 느리고 한가해 보입니다. 백2면 넘어갈 것 같습니다. 그러나 흑은 계속해서 딴청을 피우듯 3의 곳을 찝어 갑니다. 이게 백의 명맥을 끊는 수입니다. 계속해서 백4면 흑5로 그만입니다. 백4로 A면 흑은 B에 먹여치고, 백4로 B면 흑은 A에 먹여칩니다.
◇변화도=흑1 때 백2로 한 집을 만들면? 이번에는 흑3의 곳을 가만히 이어둡니다. 역시 A와 B를 맞보기입니다.
이광구 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