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선수 자격으로 맹활약 중인 문태영(왼쪽)의 귀화 여부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 ||
지난해 말 KBL이 한국 농구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혼혈선수를 받아들이기로 할 때부터 끊임없는 논쟁은 시작됐다. 당장 프로무대에 기용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선수가 5명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10개 구단 중 절반밖에 선발하지 못하는 드래프트의 효용성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더구나 하프코리안 드래프트 참가 선수의 자격을 어느 선에서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결국 KBL의 선택은 ‘귀화 자격을 갖춘 선수 중 귀화의 의사가 있거나 귀화 절차를 밟고 있는 선수’였다.
부모 중 한 사람이 한국인인 이들 혼혈선수의 경우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한국인 아버지 혹은 어머니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회복한다면 자식은 특별귀화대상이 돼 곧바로 귀화시험만 통과하면 한국 국적을 획득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인 부모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얘기는 복잡해진다. 이 경우 귀화 대상자는 3년 이상을 한국에 거주해야 하고 4년차부터 귀화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그것도 1년에 한 번씩, 총 두 번까지만 시험을 치를 수 있다.
▲ 이승준(왼쪽)과 전태풍 | ||
전태풍 역시 마찬가지. 전태풍은 KBL이 하프코리안 드래프트를 추진하는 직접적인 시발점이 된 선수다. 전태풍은 지난해 여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토니 애킨스라는 이름으로 참가해 관계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빅맨을 선발해야 하는 외국인선수 드래프트 특성상 지명은 받지 못했지만 국내 선수 자격으로 활약한다면 그 누구보다 매력적인 선수였다. 전태풍 역시 어머니 전명순 씨(58)가 지난해 말 일찌감치 한국으로 들어와 아들의 귀화를 도운 케이스다.
문제는 아직도 외국인등록증을 지갑에 넣고 다니며 ‘토종선수’의 자격으로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이다. 대표적인 예가 문태영. 문태영은 16일 현재 경기당 평균 21.1점 7.3리바운드의 엄청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득점은 전체 1위, 리바운드는 국내 선수 중 3위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거주 중인 문태영의 어머니 문성애 씨는 아직 미국 국적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문태영은 3년 동안 한국에 거주해야 귀화 자격이 주어지게 된다. 원하준(29ㆍKT&G)과 박태양(23ㆍKT) 모두 문태영과 같은 케이스다.
이들은 한국 귀화를 원할 경우 한국 생활 4년차가 되는 2012년에 첫 귀화시험을 치르게 된다. 현 소속구단과의 계약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다른 구단과 재계약에 성공할 때만 귀화시험을 치를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현재 구단과 계약을 맺은 3년만 활약하고 미국으로 돌아가거나, 아니면 그 이전에 미국행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는 ‘국내 농구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KBL의 의도와는 상반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3년은 ‘용병’으로 뛰는 외국인 선수들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관심의 초점은 문태영에게 맞춰져 있다. 원하준과 박태양은 활약이 미미해 벌써부터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여느 외국인선수를 능가하는 초특급 기량을 뽐내고 있는 문태영이 향후 귀화를 포기한다면 KBL은 LG를 제외한 타 구단의 비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문태영의 경우 친형인 제로드 스티븐슨(33)이 내년도 하프코리안 드래프트에 신청서를 접수한 상태. 이 경우 어머니 문 씨가 한국 국적을 회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이들 형제 역시 순조롭게 귀화 절차를 밟고 떳떳하게 국내 선수의 자격으로 KBL 무대를 누빌 수 있게 된다. 이들 형제의 국내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서동규 비스스포츠 대표는 “동생 태영이 KBL에서의 활약에 크게 만족하고 있는데다 제로드가 한국에서 뛰게 될 경우 어머니 역시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도 하프코리안 드래프트에서 실전 투입이 가능한 즉시 전력은 2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부모님의 나라로 향하는 이들에게 한국인의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KBL의 좀더 세심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허재원 한국일보 체육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