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유택 코치(왼쪽)은 진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 KBL서 만나고 싶다고 했다. 최진수는 김유택 코치와 붕어빵처럼 닮은 부자지간이다. 뉴시스 연합뉴스 | ||
인터뷰 날짜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1월 13일은 마침 최하위 오리온스가 울산 원정 경기에서 1위팀 모비스와 경기를 치르는 날이었다. 전날 김남기 오리온스 감독의 빙모상까지 겹쳐 김유택 코치 혼자 벤치를 지켜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화로 20년이 넘은 개인사가 포함된 ‘성이 다른 아들’ 문제를 물어야했으니 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뉴스에 보도된 그대로다. 개인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전에 내용을 알았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와 진수네 집 사이가 아주 좋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그렇지 않다. 농구 선배이기도 한 진수의 아버님(최성일)이 연초에 전화로 진수가 더 이상 메릴랜드대학에서 운동하기가 힘들어졌고, 한국에 컴백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나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잘 되기를 바라고 있다.”
205㎝로 생부(197㎝)보다 키가 더 큰 최진수(21·미국)는 수원 삼일중 3학년이던 지난 2004년 미국으로 농구 유학을 떠났다. 기량 자체가 워낙 한국 주니어무대에서는 발군이었기에 농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승부를 걸어볼 만했고, 특별한 성장 배경 때문에 말 많은 한국보다는 미국이 나았다. 미국에서는 고교시절 전미랭킹 25위에 들 정도로 농구를 잘했다.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미국대학체육협의회(NCAA) 1부리그팀인 메릴랜드대학으로 진학했다. 하지만 학점 취득에 문제가 생겨 1년 이상 미국대학농구 코트에 설 수 없게 되자 지난해 말 전격 한국행을 결정한 것이다. 현재 최진수는 국내대학 편입, 군입대(상무), 개인훈련 및 국가대표 활동 등의 진로를 놓고 고민 중이다. 확실한 것은 이제는 계속 한국에 머문다는 것이다.
김유택 코치는 “걱정이다. 선수는 어떤 식으로든 코트에 계속 서며 농구를 해야 한다. 잘 될 것으로 보지만 하루빨리 국내에 정착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리고 “1년이 늦춰지기는 했지만 나도 구단과 2년 계약을 한 만큼 1년만 지나면 KBL에서 함께 얼굴을 볼 날이 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코치는 언론에서 미처 예상하지 못한 시나리오까지 설명했다. 즉 자신과 최진수가 오리온스에서 한솥밥을 먹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오리온스가 올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이 어려운 까닭에 2011년 1월에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쥘 가능성이 25%(플레이오프 탈락 4개팀 동일)가 된다. 구슬추첨에서 오리온스가 4분의 1의 행운을 잡으면 두 말이 필요없는 1순위 선수인 최진수를 지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성이 다른 부자가 한 팀에서 코치와 간판선수로 생활하는 것이다. 김 코치는 아버지답게 이미 많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두 부자의 한솥밥 생활은 2008년 국가대표팀에서 미리 이뤄질 뻔했다. 당시 김유택 코치는 대표팀 코치로 발탁됐고, 최진수(그때는 김진수)는 2006년 7월 최연소로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태극마크 영순위 후보였다. 하지만 그해 3월 최진수가 어깨부상으로 수술을 받으면서 대표팀 합류가 불발돼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은 연출되지 않았다.
농구계에서는 김유택 코치와 최진수의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진수가 한국의 초등학교, 중학생 시절 김 코치는 몰래 친아들의 농구경기를 관전하러 다녔다. 하지만 워낙 유명인사에다가 키까지 커 눈에 잘 띄는 까닭에 어린 진수가 먼저 “내 경기를 보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성장기 예민한 시절이었던 까닭에 김 코치는 두말없이 아들의 요구대로 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최진수는 “(아버지와 관련된) 그 얘기는 하고 싶지 않다”며 딱 잘라버렸다.
김유택 코치는 “진수를 훌륭한 농구선수로 키워준 지금의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리고 진수가 성장기 동안 나를 충분히 원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진수에게 미안한 마음이야 어떻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어른들 문제는 어른들의 문제이고, 진수도 이제 성인이 됐고 또 어차피 피하고 싶어도 농구계에서 만날 수밖에 없으니 시간을 갖고 많은 대화를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코치에 따르면 지난 1월 11일 최진수는 귀국 직후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그리고 귀국인사와 함께 한국에 오게 된 과정, 그리고 향후 계획 등을 얘기했다. 성장기 때는 껄끄러웠는지 몰랐도, 최진수가 성인이 돼가면서 둘의 관계가 많이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김 코치는 “진수의 (이복)동생도 초등학교 농구선수다. 아직 어려서 진수만큼 자질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진수가 형이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자신도 진수형처럼 잘하고 싶다고 한다. 미안한 마음만큼이나 정말이지 진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 잘 커줘서 너무 고맙다. 부디 주변에서 많이들 도와주기를 바란다. 이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수와 또 우리 애들을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김유택 코치는 현재 최진수의 부모와도 수시로 연락하고 있다. 지난해 성을 바꾸는 문제로 법원까지 갔고, 개인적으로 많이 서운했지만 최진수의 장래를 위해 동의서를 써주기도 했다. 비록 현재 속한 가정은 다르지만, 김영기(전 KBL 총재)-김상식(전 오리온스 감독)을 뛰어넘는 한국농구의 최고 스타부자(父子)가 흐뭇한 모습으로 한 코트에 서는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