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에이전트로부터 텍사스와 계약이 성사됐다는 말을 듣고는 정말 기뻤다. 그런데 그 기쁨이 딱 하루짜리였다. 계약 내용을 들어보니까 너무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조건을 듣고, 새삼 현실이 서글프기도 했고, 겨우 이 정도의 계약을 하려고 그렇게 고생하면서 재활 훈련을 했었나 싶었다. 그러나 바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팀이 없을 때는 돈은 안 받아도 좋으니까 팀만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고, 뛸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류제국은 계약 직후 애리조나에서 추신수와 만나 자신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고 한다. 추신수는 류제국이 안고 가야 하는 조건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을 많이 나타냈지만 그래도 야구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내 입장에선 신수 형이 너무 부럽다. 그러나 신수 형도 나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용기도 갖고 포기하고 싶지 않다. 류제국이 더 이상 실패한 선수, 불쌍한 선수로 비춰지지 않도록 도전해 볼 것이다.”
류제국은 며칠 전부터 텍사스 레인저스 훈련장에 나가 운동을 시작했다. 이전과 달리 구단 측에 성실한 모습과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드러내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모든 ‘계급장’을 뗀 마이너리그 선수 류제국의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영미 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