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뉴스 | ||
안녕하세요. 추신수입니다. 너무 오랜만이죠^^. 지난 연말 한국을 방문해서, 정말 정신없이 보내다 돌아온 것 같습니다. 한국 들어가기 전에는 아들 무빈이한테 부산 해운대의 바닷가를 구경시켜주겠다고 약속했었는데 한국에 있는 동안 내 아내는 ‘과부’가 됐고, 우리 아이들은 ‘고아’나 다름없이 지냈어요. 제가 집에 있지 못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불우이웃돕기나 유소년 야구교실 등 보람되고 알찬 시간들을 많이 보냈고,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제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들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요? 그냥 푸욱 쉬었습니다. 보름 정도 가족들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다가 지난 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어요. 한국에 나가 있는 동안 10kg가량 체중이 불었는데, 지금은 거의 이전 몸 상태를 회복했고, 컨디션도 아주 좋습니다. 신종플루 걸렸다는 소식이 알려져서 걱정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 지금은 건강을 되찾았고, 가족들 모두 아무 이상이 없습니다.
사실 한국에 들어갈 때만 해도, 다른 생각은 안 했어요. 한국의 친구들이 ‘너 들어오면 장난 아닐 거다’라고 했지만, ‘설마 미국과 별 차이 있겠나’ 싶었죠. 하지만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두세 배는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은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앞으로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많은 부담도 안고 왔습니다. 두 가지 마음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잘하면 이 사랑이 더욱 커지겠지만, 성적이 별 볼일 없으면 비난이 더 커질 것이라고요.
최근, 클리블랜드 매니 악타 신임 감독님이 한 발언 때문에 한국 여론이 들끓었다면서요? 팬 미팅 행사에서 제 군 문제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추신수는 미국 시민이 되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대답한 부분 때문에 잠시 잠잠했던 제 병역 문제가 큰 화제로 떠올랐다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전 그 일만큼은 신경쓰고 싶지 않습니다. 올해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고, 더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큰 탓에 지금 제 거취 문제와 군 문제 해결 방법들로 인해 자꾸 주목을 받는 게 스트레스를 안겨 줍니다.
악타 감독님은 한국 정서에 대한 이해력도 짧으시고, 또 제 군 문제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도 자세히 모르십니다. 구단주와의 대화를 통해 그렇게 알고 계셨다고 하지만, 제 에이전트도 나서서 말하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신임 감독님이 알고 계시겠습니까.
전 그저,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에 뽑히기만 한다면, 좋은 기회로 여기고 최선을 다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더 중요한 건, 시즌 성적을 내는 것이고요. 군 문제는 한국 문화에선 굉장히 민감한 사안입니다. 그런 중요한 일들을 자꾸 언론에 회자시키는 건 결코 절 도와주시는 게 아니거든요. 제가 자주 부탁드렸듯이 일단 지켜봐 주십시오. 지금 당장 뭔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도 아니고, 일단은 올 시즌을 부상없이 잘 마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신다면 정말 고마울 것 같습니다.
클리블랜드와의 재계약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계약은 전적으로 에이전트의 몫입니다. 팀이랑 잘 얘기가 돼서 클리블랜드랑 장기계약을 맺었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물론 몇몇 팬들의 바람대로 양키스 등 명문 구단으로의 이적도 훌륭한 그림이 될 수 있겠죠.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나중에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다른 인연을 맺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그러나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모든 결정과 선택은 구단의 몫이라는 걸 분명히 밝히고 싶네요.
지난해 제 일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기대감과 망설임, 그리고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빨리 일기를 쓰고 싶을 정도로 이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일요신문>에서 좋은 기회를 주셔서 너무 고맙고요, 올 한 해 연재되는 일기에는 힘들고 우울한 소식보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밝고 건강하고 행복한 내용만 전달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저를 지켜보는 시선은 바뀌었지만, 추신수란 선수는 미국에 첫발을 내딛을 때부터 지금까지 초심을 잃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도 잊지 마시구요. 그럼 한 주 건강히 보내십시오.
애리조나에서 추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