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스케일이 남다른 지도자였다.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55)은 자신과 10년 넘게 스승과 제자의 연을 맺었던 신영철, 김상우 감독대행과의 맞대결에 대해 “어려운 자리를 맡은 만큼 두 사람이 잘 되길 바란다”면서 “질 바엔 다른 팀보다 그 두 팀에 지는 게 낫지 않겠느냐”며 호탕하게 웃었다.
“신영철은 LG화재 사령탑을 거치며 나름 내공을 쌓았고 급한 성격이 많이 차분해진 것 같다. 김상우는 자존심도 세고 야심이 만만치 않은 사람이다. 절대로 간단치 않은 성격이다. 빈틈이 없는 스타일인데다 꼼꼼하고 욕심이 많은 편이라 반드시 지도자로 성공할 것이다.”
신 감독은 두 감독대행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최근에 각자 따로 만나서 소줏잔을 기울며 많은 얘기를 나눴다. 내가 가장 많이 강조한 것은 화려하고 멋있는 건 선수들 몫이고, 선수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아껴줘야 감독도 선수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철은 꾀가 많다. 하지만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상우는 굉장히 냉정하고 예리한 반면에 초보 감독 특유의 조급함을 나타내지 않아야 한다.”
신 감독은 코트에서 두 제자와 맞대결을 펼치는 상황이 이어지다보니 오히려 자신이 더 불편해졌다며 엄살을 핀다. 심판 판정을 놓고 언성을 높이기도 창피하고 제자 감독과의 대결이라 무조건 참고 양보해야 하는 말 못할 고충도 있다는 내용이다.
“두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했다. 결승은 우리가 먼저 가 있을 테니까 둘이서 플레이오프 치르고 올라오라고(웃음). 삼성화재가 플레이오프까지 치르면 기운 다 빠져서 정작 챔피언결정전에선 맥을 못 춘다는 솔직한 얘기도 덧붙였다. 현대캐피탈에는 우리 출신 선수가 없으니까 그 팀은 빼고 말한 것이다.”
신 감독은 삼성화재의 단점에 대해서도 솔직히 공개했다. 레프트 공격수가 단신이다 보니 블로킹이 안 된다는 것. 이런 부분을 밝혀도 되느냐는 물음에, “어차피 감춘다고 감춰질 일이 아니다”면서 “나보다 그 두 사람이 우리 팀 단점은 더 훤히 꿰뚫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진짜 실력은 5라운드부터다. 우리가 0-3으로 지기도 했지만, 오히려 일찍 매를 맞은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LIG는 상우가 팀을 이끌며 반전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경기를 읽는 수가 능하다. 하지만 나 또한 그들의 도전에 가만히 당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지 않겠나.”
마지막으로 삼성화재 창단 멤버이자 지금은 은퇴한 김세진, 신진식에 대해 신 감독은 의미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만약 세진이가 지도자를 하고 싶어 한다면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그만두고 오직 이 길에 올인해야 한다. 호주에서 유학 중인 진식이는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란 타이틀을 모두 벗어 던지고 자세를 낮춰야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 그 두 사람 중 한 사람을 영입할지 안 할지는 지금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현재 우리 팀에 유능한 스태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단, 누가 됐든 간에 가장 중요한 건 우리 팀에 필요한 사람인지, 아닌지의 여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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