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17년간 MOU 81곳 중 실제 투자 6곳뿐
-22兆중 투자 포기액은 11兆달해
-투자 양해각서 공수표 남발…홍보 수단 전락
[편집자 주] 삼성의 새만금 투자계획 백지화를 계기로 기업의 새만금 투자를 이끌어기 위한 투자 양해각서(MOU)에 대한 허와 실에 논란이 일고 있다. 기업들이 새만금 산업단지에 투자하겠다며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 등과 체결한 MOU는 소리만 요란할 뿐 실속이 없는데도 이들 기관은 치적으로 홍보해왔다. MOU는 말 그대로 양해각서여서 법률적 책임이 없는 탓에 ‘양해각서를 맺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무책임 행정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새만금 투자유치 MOU 실상을 들여다봤다.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이 5월 20일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새만금 MOU 철회와 관련, 설명하고 있다. <전북도 제공>
27일 전북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후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이 새만금 산업단지에 유치하기 위해 기업과 맺은 양해각서(MOU)는 81여 건에 이른다. 적게는 1천억 원 안팎에서 23조 원까지 다양하다.
이 가운데 실제 투자로 이어진 곳은 도레이와 솔베이, 군산도시가스 등 6개사에 불과했다. 60곳은 투자계획만 갖고 있고, 나머지 15개사는 MOU를 백지화시켰다.
압권은 삼성그룹 새만금 투자계획의 백지화다. 삼성은 최근 2011년 전북도, 국무총리실과 함께 투자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지 5년 만에 사실상 투자 철회를 선언했다.
삼성은 5년 전에 이 협약을 통해 2021∼2040년 총 7조6천억원을 새만금 신재생에너지 부지에 투자해 풍력과 태양전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한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할 계획이었다.
삼성의 새만금 투자 약속은 일반적인 투자협약(MOU)과는 의미가 다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의 전북 이전 무산에 따른 정치적인 결과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애초 국토해양부는 LH 본사를 전북·경남혁신도시에 분산 배치하기로 했다. 토지공사는 전북혁신도시, 주택공사는 진주혁신도시로 이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1년 이명박 정권 시절, LH 본사에 대한 경남 진주 일괄 이전이 결정됐다. 지역 민심은 들끓었다. 민주당은 LH 분산 배치를 당론으로 확정하고, 전북도는 삭발 투쟁까지 벌였다.
LH 본사의 전북혁신도시 이전 무산과 맞물려 삼성의 새만금 투자 계획이 발표됐다. 한마디로 민심 달래기용 이벤트였던 셈이다.
특히 초일류 기업인 삼성의 새만금 투자MOU 협약에서부터 철회에 이르는 과정이 ‘삼성답지’ 않아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국민 사기극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린다.
23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재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투자계획이 한달여 만에 결정된 정황상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청문회 필요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OCI도 최근 한국거래소에 ‘군산과 새만금에 지을 예정이었던 폴리실리콘 제4공장과 제5공장에 대한 투자계획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OCI는 2010년 군산 4공장에 1조6000억 원을, 2011년에는 5공장에 1조8000억 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투자 여건이 악화되자, 투자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새만금 투자양해각서(MOU) 체결 기업들의 투자가 무산되고 있지만 MOU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기업에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일각에서는 새만금 투자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투자 기업의 자본력 등의 철저한 검증 없이 실적 쌓기에만 주력하면서 양산한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009년 12월 김완주 전 지사는 돌연 미국으로 날아가 40억 달러 규모의 새만금 투자실적을 거뒀다고 대대적으로 홍보를 했고, 이것을 2010년 선거에서 큰 성과로 내세우며 당선됐다.
하지만 이 건을 포함해 대규모 투자 양해각서(MOU)는 ‘휴지조각’이 된 채 체결한 기업 대부분이 감감 무소식이다. 대부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양해각서 단계에서 백지화된 탓이다.
지난 2009년 초여름 미국 패더럴디벨롭먼트사로부터 시작된 투자협약 열풍은 그해 연말 옴니홀딩스그룹, 무사그룹-윈저캐피탈, 부산저축은행컨소시엄으로 이어졌다. 투자액은 각각 1조 원에서 3조 원 안팎에 달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협약 파기 또는 법정 파산 등으로 논의가 중단돼 실효 처리된 상태다.
2009년 7월 고군산군도에 9천219억 원을 직접 투자하겠다던 미국 패더럴디벨롭먼트는 협약체결 2개월 만에 협약을 파기했다.
관광분야에 30억 달러(3조 3천억 원)를 직접 투자하겠다며 MOU를 맺었다는 미 옴니홀딩스그룹과 산업분야 10억 달러(1조 5천억 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미국 무사그룹-윈저캐피탈은 사실상 손을 뗀 상황이다. 심지어 이 두 회사는 ‘페이퍼 컴퍼니’라는 지적까지 받았다.
부산저축은행컨소시엄은 관광산업과 신재생에너지에 총 1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법적 파산돼 실효 처리된 상태다.
2010년 3월 30일 소리바다미디어와 쌈지 컨소시엄은 풍력-LED사업에 750억 원 공동투자를 약속했지만 어이없게도 1주일 만인 4월 7일 쌈지가 부도 처리됐다.
전북도는 “소리바다미디어가 쌈지 없이도 투자하겠다고 밝혀왔다”고 장담했지만 결국 협약체결 5개월 만에 효력을 상실했다.
양해각서가 ‘휴지조각’이 되는 것은 일부 단체장들이 임기 내 치적 쌓기와 홍보효과만 생각할 뿐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지자체로서는 투자 유치 실적을 부풀리면 치적이 되고 기업은 홍보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부산저축은행이나 쌈지 사례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기업들은 자신들의 위기상황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용할 수도 있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상대 투자기업들에는 새만금의 솔직한 여건을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현실적으로 가능한 투자의향을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일단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보자는 식의 전시행정이 두드러졌다”면서 “MOU가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사실도 반드시 도민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대 염명배 (경제학과)교수는 “새만금의 치명적 약점은 사업부지가 될 땅의 80%가 아직도 물 밑에 잠겨 있어 투자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것”이라며 “매립이 진척된 뒤 투자유치에 나서는 것이 MOU 남발을 막는 현실적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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