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피드스케이팅의 이규혁(왼쪽)과 쇼트트랙의 이호석. | ||
첫 번째는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발생한 ‘파벌 논쟁’에 관해서다. 한국은 이정수(21·단국대)가 금메달을 땄지만 마지막 순간 이호석(24·고양시청)이 성시백(23·용인시청)을 밀치는 과정에서 함께 넘어지며 가뜩이나 한국에게는 앙금이 있는 안톤 오노(미국)에게 은메달을 내줬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마녀사냥식의 ‘이호석 죽이기’가 벌어졌고, 쇼트트랙의 병폐로 알려진 파벌문제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손 감독은 “너무 화가 나 잠이 안 올 정도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이호석은 당연한 플레이를 한 것이며, 금 은 동 싹쓸이를 놓쳤다고 비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전혀 상관없는 파벌까지 운운하는 것은 빙상인들에 대한 명예훼손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감독의 성남시청은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쇼트트랙의 황제’ 안현수가 속한 팀이다. 학교도 한체대 출신이다. 따지고 보면 이호석은 라이벌인 셈이다. 하지만 손 감독은 이호석을 강하게 변호했다. “기본적으로 올림픽은 국가 간 경쟁에 앞서 개인 경쟁이다. 만일 이호석이 승부욕을 버리고 한국이 1~3위로 들어왔다고 하자. 외국 언론이 한국선수들끼리 짜고 플레이했다고 비난하지 않겠는가? 그것은 스포츠 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원래 (이)호석이는 거친 플레이가 장점인 선수다. 그래서 가장 부상을 많이 당한다. 쇼트트랙에서 몸싸움을 하지 말고, 이호석에게 끼어들기를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그 근본을 무시하는 것이다. 호석이는 자기 스타일대로 빈공간이 보였기에 최선을 다해 파고들다가 넘어지고 만 것이다.”
손 감독은 이어 “파벌은 더욱 말이 안 된다. 이호석과 성시백은 다른 파벌에 속해있지 않다. 어느 조직이던 끼리끼리 문화가 있다. 그리고 쇼트트랙에서 이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예전의 일을 자꾸 들춰내며 이호석의 플레이를 파벌싸움으로 끼워맞추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손 감독은 이규혁과 관련해서도 특별한 주문을 했다. “조금 전(18일)에 규혁이한테 전화가 왔다. 이규혁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따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것이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자꾸 은퇴, 마지막올림픽 등의 단어가 나오는데 한국 빙상은 아직 이규혁이 필요하다. 20대 초반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이 세계 정상으로 확실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이규혁이 더 선수생활을 할 필요가 있다.” 이규혁이 은퇴하려고 해도 만류해서 붙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이번에 한국이 세계 스피드스케이팅의 세대교체를 달성했지만 아직도 주요선수들은 대부분 30대이고, 또 노르딕(스키) 같은 경우 30대 중후반의 선수가 세계정상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손 감독은 이규혁의 부진에 대해서도 “이해를 못할 정도다. 뭐가 씌었나보다. 과도하게 긴장한 까닭인지 옛날 어렸을 때 버둥거리는 자세가 나왔다. 최고 장점이 안정된 자세인데 이것이 안 되니 메달권에 들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