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밴쿠버 동계올림픽 선수들이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앞으로 받을 포상금을 어떻게 쓸 것이냐는 질문을 하자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은 부모님께 모두 드릴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답한다. 그동안 빙상 위에서 쓴 막대한 훈련비용을 언급하며 부모님께 집도 차도 사드리고 여유생활을 즐기게끔 편안하게 모시고 싶다는 게 이들의 바람. 포상금과 연금에 CF와 방송출연 소식까지 이들을 둘러싼 ‘억’ 소리는 끊임없이 들려온다. 이 정도면 그동안에 지출한 비용쯤은 한 번에 뽑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럴까. 금메달리스트들의 그날 이후 연금과 예상되는 수입을 살펴봤다.
“부모님께 드릴 것” 한목소리
동계올림픽 스타들이 금메달 획득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입은 우선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정부에서 60세까지 최대 100만 원을 지급되는 메달리스트들을 위한 연금과 메달 획득에 따른 포상금이다.
금메달리스트들의 수입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만 정리해 봐도 이정수의 경우 매달 100만 원의 연금에 일시장려금과 포상금을 합쳐 2억 원을 넘게 받는다. 올림픽 금메달의 경우 90점, 은메달은 30점의 연금 점수가 주어지는데 이정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두 개와 은메달 하나로 얻은 210점에 기존점수까지 더해 총 228점이 돼 연금 최고액인 월 100만 원의 수혜자가 된 것이다. 이정수의 연금 점수에 따른 일시장려금은 5450만 원이다. 이외에도 정부는 이번 올림픽 포상금으로 금메달 4000만 원, 은메달 2000만 원, 동메달 1200만 원을 내걸었다.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도 정부 포상금의 50%를 추가로 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정수는 총 1억 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는다. 이와 같은 셈법으로 이승훈은 1억 800만 원, 모태범은 6450만 원. 이상화는 4500만 원의 목돈을 받는다. 이들 세 선수가 매월 받게 될 연금도 최고액인 100만 원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돈방석에 오른 듯 보이지만 금메달리스트 부모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 이번 동계올림픽 스타들은 대부분 어려운 생활고를 지인들의 도움과 대출로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이정수의 아버지 이도원 씨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으면 살고 있는 집도 팔고 나가야 할 입장이었다”며 “여태껏 훈련비에 투자한 비용은 이번 올림픽에서 이정수가 금메달 2관왕에 올랐어도 한 번에 덜기 어려울 정도”라며 그동안 감내해 온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토로했다. 이정수 역시 “아버지는 언론사에서 윤전기사로 일하고 계신데 그동안 나 때문에 진 빚이 많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승훈의 어머니 윤기수 씨 역시 그동안 겪은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이제 겨우 한숨 돌렸다고 말한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의 경우 두 달 간격으로 스케이트화를 새 것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스케이트화의 가격은 한 켤레에 최저 200만 원. 이승훈의 누나 이연재 씨는 레슨비와 전지훈련비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는 부모님을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 동생의 스케이트화 비용을 대왔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이승훈도 그동안 시합에서 상금을 벌 때나 장학금을 받을 때면 전액을 누나 등록금으로 보태며 보답했다고 한다. 어머니 윤 씨는 “금메달 획득이 선수생활의 끝이 아닌 만큼 이번 수입의 상당 부분은 아들의 선수생활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어머니 김 인순 씨 역시 지하에서 재봉틀로 옷을 지어 만들며 딸의 선수생활을 뒷바라지해왔다. 김 씨는 “시종일관 아이를 챙겨야 하는 운동선수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재택근무나 자영업이다”며 “고정적인 수입이 아닌데다 변수가 많다보니 시즌마다 들어가는 전지훈련비와 레슨비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경기 성적 향상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빚을 내서라도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 0.1초에 따라 승부가 판가름 나는 스피드스케이팅의 특성상 기록에 도움이 되는 장비가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구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들인 돈은 구체적으로 얼마나 될까. 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 부모는 “매년 기본적으로 2000만 원이 든다”고 말한다. 레슨비와 아이스링크 대관료, 두 달에 한 번씩 갈아줘야 하는 스케이트 날, 200만 원대를 호가하는 스케이트화까지가 여기에 포함된다.
금메달리스트들에게는 연금과 포상금 외에도 CF 수입과 같은 부수입도 있다. 특히 이들은 빙상 밖에서 톡톡 튀는 재치와 발랄한 이미지를 보여준 바 있어 광고뿐 아니라 시트콤 등 TV프로 진출에도 유리한 상황이다. 광고업계 역시 발 빠르게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이 출연하는 광고 시나리오 구상 및 섭외 과정에 들어가고 있다. 광고대행사 (주)이노션 관계자는 “어린 나이의 선수들인 데다 인터뷰나 올림픽 무대 위에서 그들 각자의 퍼포먼스와 대중을 향한 쇼맨십이 인상적이어서 식품 쪽이나 의류 쪽 광고와 접목시킨다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주)에이치에스애드 관계자는 각 선수들의 개성을 고려한 광고 스토리 구도를 소개했다. 모태범의 경우는 기자회견 때 느낀 소외감 탓에 뭔가 보여주리라 다짐했다는 발언과 함께 폭발적인 스피드로 빙상을 달린 모습이 깊이 각인돼 있다. 그래서 그를 대변하는 이미지는 ‘쿨’함. 이상화 역시 단아한 외모와 함께 “나도 김연아 못지않은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등의 ‘쿨’한 멘트로 광고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단발성 CF만 러브콜
잇단 러브콜은 금메달리스트들에게 분명 희소식이지만 생각만큼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광고업계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대부분 단발성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계약기간 3개월 정도의 음료나 의류 광고를 제외하고는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이미지가 부합되는 광고를 찾기는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실질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계약금도 1억 원 안팎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이 전하는 업계의 내부정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당장의 인기보다 오래도록 상품을 알릴 수 있는 모델을 선호하는 것이 광고주들의 심리”라고 설명한다.
이용대 최민호 장미란 등의 스포츠스타를 쏟아낸 베이징 올림픽의 경우는 적어도 6개월의 광고효과가 있었지만 이번 동계올림픽 스타들의 경우는 광고효과를 3개월 남짓으로 보고 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가 1위로 등극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고 월드컵이라는 스포츠 빅 이벤트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메달 획득으로 얻은 목돈
이정수 : 금,금,은 _2억 450만 원
이승훈 : 금,은 _1억 800만 원
모태범 : 금,은 _6450만 원
이상화 : 금 _4500만 원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