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영무 기자 namoo@ilyo.co.kr | ||
#일단 프로 전향 후 옵션으로 올림픽 2연패 도전
일단 정확하게 해 둘 것이 있다. 피겨스케이팅에서 프로와 아마의 벽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다. 즉 프로전향이 곧 올림픽 2연패 포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프로로 활동하다가도 본인이 원하면 언제든 그랑프리나 세계선수권 그리고 올림픽까지도 출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많은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하고 있는 ‘프로전향 VS 올림픽 2연패’의 이분법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제로 역대 최고의 여자 피겨선수로 꼽히는 카타리나 비트(독일)는 올림픽 2연패(1984년, 1988년)를 달성한 후 프로로 전향했고 무려 6년 뒤인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에 재도전하기도 했다(7위). 올림픽 3연패(1928년, 1932년, 1936년)에 빛나는 소냐 헤니, 김연아의 우상 미셸 콴(이상 미국) 등 다수의 올림픽 챔피언도 은퇴 후 복귀에 나선 바 있다. 그리고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딴 예브게니 플루센코(28·러시아)는 불과 올림픽 11개월 전에 복귀해 2연패에 도전했다. 달라진 심판판정 기준으로 은메달에 그쳤지만 스스로 ‘백색 금메달’이라고 말할 정도로 기량은 최정상급이었다.
따라서 김연아가 3월 세계선수권 이후 프로로 전향했다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2연패에 도전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물론 프로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요소에 치중하는 까닭에 훈련량이 이전보다 훨씬 적고 여자선수들의 경우 20대 중반이면 전성기를 지난다는 약점이 있지만 말이다.
현재 김연아는 여자 피겨스케팅에서 모든 것을 다 이뤘다. 올림픽은 물론이고 세계선수권(2009), 그랑프리 파이널(2006~2007, 2007~2008, 2009~2010), 4대륙 대회(2009) 등 가능한 우승을 모조리 달성했다.
여기에 점수에서도 이번 밴쿠버에서 쇼트프로그램(78.50), 프리스케이팅(150.06), 합계(228.56) 등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사상 최고점을 기록했다. 이제는 최정상으로 우승 하면 본전이고 2위만 해도 부담스러운 위치가 됐다. 뭐 ‘올림픽 2연패’를 제외하면 그다지 욕심낼 만한 것이 없다. 정상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학업 등 개인생활을 포기하고 혹독한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는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더욱 아마추어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이러한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3월 토리노 세계선수권대회 이후 은퇴를 선언하고 프로로 전향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 톱 연예인을 능가하는 국민적 인기에 세계무대에서 주가가 치솟아 여유 있는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인기와 돈, 그리고 경기력 유지 등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2014올림픽을 앞두고 몸 상태와 경쟁자 등을 감안해 자신이 원하는 시기에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옵션’도 행사할 수 있다.
#매니지먼트가 프로 전향 여부보다 더 중요!
흥미로운 것은 김연아가 어떤 식의 매니지먼트를 택하느냐가 향후 행보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김연아는 2007년 4월(언론발표 25일) IB스포츠와 3년간 전속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다. 김연아와 IB스포츠는 전 매니지먼트사인 IMG와의 법정소송(IB측 승리)까지 감수하면서 새로운 파트너 관계를 체결했다.
이후 김연아는 코스피 상장사인 IB스포츠의 최고 효자상품이 됐다. 2월 26일 IB스포츠의 공시에 따르면 2009년 IB스포츠는 매출 478억 원, 영업이익 21억 원(순이익 19억 원)을 기록했다. IB스포츠 측은 김연아 관련 매출이 약 20%라고 밝힌 바 있어 김연아는 IB스포츠 관련 활동만 해도 96억 원의 매출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 ‘IB스포츠의 김연아 담당 팀이 올림픽 후 독립해 김연아 매니지먼트회사를 설립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다는 사실이다. 구체적으로 이 홀로서기 작업은 IB 내에서 김연아의 총괄책임자인 A 씨가 친분이 두터운 김연아의 어머니 박미희 씨와 함께 추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른바 ‘김연아 주식회사 추진설’이다. 축구스타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 진출 이후 부친이 중심이 돼 아예 박지성 매니지먼트회사를 차린 것과 같은 시나리오다.
밴쿠버 올림픽 후에도 김연아 본인과 가족은 물론이고 A 씨도 이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업계와 언론계에서 ‘김연아 회사의 설립’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 어린 나이에 모든 것을 이룬 김연아의 향후 진로에 대한 추측이 무성하다. | ||
그럼 IB스포츠에서 ‘김연아 주식회사’가 독립해 나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대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이다. 기본적으로 IB스포츠 직원들을 활용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는 시나리오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 김연아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IB스포츠 입장에서는 2007년 계약조건을 무기로 김연아 측과 협상해 IB스포츠의 지원사격 하에 김연아 주식회사의 출범을 도울 수도 있다.
B 씨는 “아마 오는 4월에 IB스포츠와 김연아 측이 많은 얘기를 나눌 것이다. 아예 IB스포츠가 투자를 해 김연아 주식회사가 IB스포츠의 자회사 형태로 만들어질 수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참고로 IB스포츠와 김연아가 지난해 계약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도 처음으로 확인됐다. 원래 계약에는 IB스포츠가 자신들이 달성한 김연아 관련 매출의 30%를 매니지먼트 비용으로 공제한다고 돼 있었지만 김연아가 최고 인기를 누리고, 또 매출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양측은 이를 다소 하향조정하는 데 합의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김연아 주식회사 출범 가능성의 가장 주된 근거로 꼽히고 있다. 박지성도 그랬지만 김연아 측 입장에서는 스스로 회사를 설립하면 수십억 원(혹은 그 이상)에 달하는 매니지먼트 비용을 쉽게 세이브할 수 있는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김연아가 프로 전향을 하고 국내는 물론이고 유럽 미국 등을 돌며 아이스쇼를 펼치고 광고모델 및 연예계 활동을 한다면 김연아 매니지먼트의 매출은 2009년 100억 원을 훨씬 능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컨대 지난 1월 김연아와의 CF모델 계약이 종료된 매일유업은 재계약을 원하고 있지만 워낙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고심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연아의 CF 몸값이 20억 원을 호가한다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고 광고업계에서는 “특A급을 넘어 전무후무한 수준의 금액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전망한다. 확실한 것은 김연아의 향후 행보는 4월 어떤 식의 매니지먼트 방식을 택하느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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