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원마다 건강검진 항목이 천차만별이라 실제로 자신에게 딱 맞는 검진을 받기란 쉽지 않다. | ||
의무적으로 정기 검진을 받아야 하는 회사원이 아니고는 정기검진이 소홀해져 중대한 질환이 다가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당할 수가 있다. 건강검진은 병원마다 진단 프로그램이 각기 다르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일반인으로서는 어느 병원에 가서 어떤 검사부터 받아야 하는지 난감하다. 검사 항목이 최대한 많은 프로그램은 그만큼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고 저가의 프로그램은 어딘가 형식적일 것만 같다. 그렇다면 최소의 비용으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효과적인 종합검진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몸의 장기는 장애(질환)가 발생했다고 해서 기능을 멈추지는 않는다. 이상이 생긴 이후에도 복구 노력과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의 사명을 성실히 이행하려고 노력하는 충성을 보인다.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통증신호를 보내는 장기도 있지만 대개는 아주 심각한 손상이 생길 때까지 뚜렷한 자각증상을 나타내지 않는 인내심을 보이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사람이 장기의 이상 증세를 느꼈을 때는 이미 원상복귀가 어려운 정도로 진전돼 있는 경우가 많다. 이상 증세의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내부 장기의 질환을 점검할 수 있는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은 20~30대에도 성인병이나 각종 난치성 질환을 일으키는 경우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그런데 예방을 위해 신경 써야 할 범위는 너무 넓다. 질병 발생률이 일반적으로 높은 부위라 하여 특정 부위의 건강만 챙길 수도 없다. 그래서 종합건강검진에서는 흔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체 전반의 상황을 체크한다. 여기에 개인 또는 가족 병력, 생활습관 등에 비추어 질병발생 가능성이 특히 높은 특정 부위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검사에 부분 검사를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대형병원이라면 어디에서나 종합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요즘은 종합검진만 전문으로 하는 병원도 생겨났다.헌데 병원마다 검진 항목이 상이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3시간만에 끝나는 십만원대부터 수백만원대에 이르는 고가 검진 프로그램도 있다.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1백만원 이하의 가격으로 받을 수 있는 중가 프로그램이다. 혈압, 비만도, 청력, 시력, 흉부 및 유방 X-레이, 안압 및 안저 검사, 복부 초음파검사 등 12∼13가지 항목으로 진행되는데, 보다 세부 항목으로 나누기 시작하면 검사 항목이 늘어나면서 가격도 상승한다.그에 비해 저가 프로그램은 간단한 기본 항목만 실시하는 것으로 가격은 저렴한 반면 종합검진이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선택하는 중가 프로그램은 고가 정밀 프로그램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질병 조기 발견’이라는 건강검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액 검사만이 믿을 수 있는 것일까.물론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값비싼 장비를 동원해 최대한 세밀한 검사를 받는 것도 나쁠 것은 없다. 하지만 고액 프로그램만이 종합건강검진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성가병원 종합검진센터 관계자는 “병원마다 경쟁적으로 고가의 검진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뒷배경에는 경제적 빈부격차가 의료 혜택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경제논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부유층이 질병 예방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상한선이 높기 때문에 고가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이들 부유층을 겨냥한 것이라는 설명. 종합검진(종검)은 의료보험에도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병원 입장에서는 고가 장비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많은 이윤을 남기게 된다.
이를 뒷받침하듯 고가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종검병원들은 서울 강남권 등 대개 부유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 몰려 있다.그러나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동원한다고 해서 모든 질병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가병원 관계자는 “암 세포의 크기가 0.5cm에 달했을 때부터 일반적으로 ‘암’이라는 진단을 내리는데 이 정도는 첨단 장비로도 감별이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폐암은 종검을 통해서도 조기 발견율이 15%밖에 안되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발견율이 가장 높은 검사는 내시경 검사로, 발견율이 90%대에 이르지만 정작 내시경은 고가 검사에 속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즉, 어떤 장비를 이용한 종합검진도 완벽할 수는 없으며 고가 프로그램에 동원되는 장비라 해서 신뢰도가 그만큼 올라가는 것도 아니라는 것.
또한 병원에서 내놓는 종검 프로그램을 단순히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자기 조건에 맞는 ‘선별검사’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본항목 검사는 물론이고 고가검사 여부는 검사를 받는 개인의 특징이나 연령, 가족병력 등을 고려해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바짝 마른 체형의 여성은 X-레이만으로도 유방암 여부를 판별하기 쉽지만 가슴살이 두툼한 여성이라면 X-레이 상으로는 판별이 힘들다. 이런 경우가 바로 첨단 초음파 기기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케이스다.
또 가족 중에 특정 질병을 앓은 사람이 있다면 다른 가족들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다 세심한 정밀 검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예비부부나, 수험생 등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필요한 검사만 집중적으로 실시하거나 중노년층을 위한 심장 전문검진, 노인성 치매 검진 등 특정 질병에 국한한 전문 검사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어 일괄적인 종합검사에 앞서 한 번쯤은 고려해볼 만하다.
선별 검사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필요하다. 기본 항목 검사만으로는 굵은 채로 한 번 몸을 훑어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기본 항목에 더해 몇 가지 검사를 더 받아두는 것이 좋다. 연령대별로 발병 위험이 높은 검사를 선택한 뒤 여기에 개인 특성에 맞는 항목을 추가한다면 검진에 따르는 경제적 부담을 다소 덜 수 있어 좋다.
▲20∼39세
1∼3년에 한 번은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혈압 갑상선 대변 검사는 매년 필요하며 총콜레스테롤 검사는 5년마다, 흉부 X선 검사는 2년마다 받고 파상풍 검사도 10년에 한번 정도는 받아야 한다. 35세 이상이라면 간기능 검사를 매년 받고 B형 또는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은 6개월마다 한번씩 간기능 검사를 받는다.
위궤양, 만성위축성 위염이 있거나 가족 중 위암환자가 있는 사람은 위내시경 또는 위투시 검사를 매년 받는다. 가족 중 당뇨병이 있거나 임신중인 여성은 소변 검사도 병행한다.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세포진 검사는 매년 필요하며 혈색소 검사도 3∼5년에 한번씩은 필요하다. 30세 이후 여성이라면 2년에 한번씩은 유방검사도 받는 것이 좋다.
▲40∼60세
갑작스럽게 건강에 이상을 일으키기 가장 쉬운 연령대. 최소 1∼2년에 한번씩은 반드시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신장 체중 혈압 유방 갑상선 대변 간 자궁세포진(여성) 검사는 매년 받아야 하며 직장수치 검사는 2∼4년마다 받는다. 위내시경과 위 투시검사는 1∼2년에 한 번은 받아야 하며, 흉부 X선 검사는 2년마다, 유방(여성)검사는 2∼3년마다 정기적으로 받는다. 또한 총콜레스테롤 검사도 5년에 한번 정도는 받는 것이 좋다. 물론 체형 특성이나 가족력에 따라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 해마다 받아보는 것이 좋다.
50세 이상 된 남성중 담배를 피우고 당뇨병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말초동맥 촉진검사도 필요하다.45세를 넘긴 남성, 55세 이상의 여성은 심전도/운동부하검사가 필요하며 폐경을 맞은 여성 중 에스트로겐 치료를 받지 않은 여성은 45세부터 심전도/운동부하검사를 실시한다. 60세 이상 된 노년층은 매년 소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그밖에도 가족 중에 당뇨대장암, 자궁내막암, 난소암, 유방암, 심근경색 등의 병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부분에 대한 검사도 함께 시행하는 것이 좋다.
윤은영 건강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