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경위 (달성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대구=일요신문 ] 정리/김성영 기자= 원시시대에는 자신의 피해를 스스로 구제하는 자력구제와 응보형 형벌을 통해 피해자 스스로 피해 회복이 가능했다.
오늘날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각종 범죄 증가와 이에 따른 피해도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자력 구제가 금지돼 있어 피해자가 직접 범죄자를 벌하거나 강제력을 행사 할 수 없고, 그 대신 국가가 범죄자를 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를 부담해 왔으며 피해자는 국가에 피해 구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음으로써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었다.
이처럼 범죄와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형사법, 특히 우리나라의 형사법은 가해자인 범죄자의 인권을 강화하고 보호하는 쪽으로 발달해 왔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이후 근대기를 거쳐 오면서 형사절차에서 약자인 피의자를 보호하고 잘못된 형사절차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볼 수 있지만, 반면 범죄피해자의 권리는 범죄자의 권리에 비해 제대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이에 경찰은 형사사법 절차에서 소외돼 왔던 범죄피해자의 지위를 확보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15년을 ‘피해자보호 원년의 해’로 정하고 각 경찰서에 피해자전담경찰관을 배치해 법률적·제도적으로 피해자에 대한 여러 가지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에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지자체 등 유관기관과 협조해 범죄피해자의 피해회복과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 해왔다.
그 결과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범죄피해자에 대한 지원 기반을 구축하고 사회적으로도 피해자 보호에 대한 관심과 호응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이는 피해자전담경찰관들이 치안현장 최일선에서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위해 고민하고 발로 뛰고 정성을 다한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도 범죄 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신체적·정신적 후유증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아픔을 안은 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보듬기 위해서는 피해자전담경찰관의 활동과 국가기관의 제도적 지원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역사회와 민간단체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한 상황이다.
우선 범죄피해자보호·지원을 위한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현재 범죄피해자 발생시 경찰서 전담경찰관이 피해자 상담 후 요청사항 등을 고려해 피해자에게 필요한 보호활동과 협력단체에 지원을 연계하고 있으나, 지역 여건에 따라 지원 결과가 다소 차이가 난다.
이처럼 분산된 상담·지원 절차를 통합, 경찰의 피해자보호활동을 전담할 수 있는 부서(가칭 : 피해자보호센터 등)를 만들어 전담경찰관의 역량을 집중하고 지자체·민간단체 등과 더욱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 보다 전문적인 보호와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피해자보호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으로 일반시민의 공감대를 형성, 피해자보호와 지원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보다 많은 피해자들에게 좀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재용 경위 (달성경찰서 피해자전담경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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