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지난 4일 경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는 하얀색 연기가 피어 올랐다. 새 교황(?) 선출을 위한 ‘콘클라베’가 끝이 난 것이다.
이날 경북도의회는 제10대 후반기 의회를 이끌 의장에 김응규 의원, 부의장에 고우현·장두욱 의원을 각각 선출했다. 모두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가 민주적이지 못하고 교황선출식이란 자성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경북도의회 의장단 선거는 “이보다 더 콘클라베 같을 순 없었다”는 평이다.
현재 지방의회 의장단 선출제도는 후보 자질이나 도덕성, 정견 등 조건 보다 과반이 넘는 세력 결집이 더 우선시 되는 교황선출식이다. 담합이나 밀실거래 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란 지적이다.
또 이날 선거에서 신임 의장 득표율은 무려 95%, 재적의원 60명 전원이 투표해 57표를 얻었다. 공교롭게도 경북도의회 새누리당 소속 의원은 57명이다. 더민주가 2명, 무소속이 1명이다.
무기명 투표라 해도 자당 후보를 찍는 것이 일반적이라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자당 후보에 100% 몰표를 줬을 것이란 점은 미뤄 짐작 할 수 있다.
또 이번 선거에 앞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후반기 원 구성을 앞두고 자체 경선을 통해 의장단 후보를 확정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모 의원은 이날 “의장 득표율이 100% 나올까 봐 가슴 졸였다”며, “95%도 낯부끄러운 일인데 민주국가에서 북한도 아니고...”라며 혀를 내둘렀다.
새누리당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중앙당 지침과 국회의원들의 선거 개입도 도마위에 올랐고, 지방자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는 야당의원의 피켓 시위도 이어졌다.
더민주당 모 의원은 또 “전체의석 60명 중 57명이 새누리당 소속이다 보니 새누리당 경선을 통해 뽑힌 후보가 의장단 선거에서 당선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투표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며, “아무리 따논 당상이라 해도 후보자 정견 발표 정도는 있었어야 했던게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의회 의장단 선거가 의원들 간 사조직도 교회 지도자도 아닌 도민의 대의기관 수장을 뽑는 것이라면, 후보등록·정견발표·표결 등 민주적인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대목이다.
그동안 지방의회가 지방자치법과 회의규칙 등에 의해 후보등록 없이 누구나 후보가 되는 교황선출식으로 의장을 뽑았던 것은 과열경쟁 없이 정파를 초월해 신망 받는 인물을 선출하자는 의도였다.
하지만 후보 자질 검증 부족, 담합, 밀실거래, 세싸움 등 많은 문제점들이 노출돼 기존 교황선출방식을 후보등록제로 개정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얻고 있다.
95% 다수의석을 가진 당이 중앙당 지침과 국회의원 개입 등에 힘입어 확정된 후보를 선거란 요식행위만 거쳐 95% 득표로 당선되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도민의 대의기관 장을 선출하는 만큼, 소수 당이나 무소속 다선의원도 등록해 능력과 소신을 통해 주민을 위해 일 할 수있는 수장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임 의장으로 선출된 김 의원은 인사말에서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이란 의회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도울 것은 돕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앙당 지침과 국회의원 개입,100% 같은 95% 몰표를 얻어 ‘선거가 요식행위’ 였다는 오명을 안고 김 의장이 후반기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제대로 이뤄낼지는 의문이다.
도민들이 눈을 더 크게 뜨고, 귀를 더 쫑긋 세워야 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cuesign@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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