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역할과 행동을 촉구하는 ‘신노인 운동’을 주창해 주목을 끌고 있는 일본의 원로 의사 히노하라 시게아키 박사의 일침이다.
93세의 나이에 세이루카(성루가)국제병원 이사장, 간호대학 이사장, 명예학장, 이밖에도 몇개 의료재단과 연구소의 이사장이며 전일본 음악요법연맹 회장 등을 맡아 정력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히노하라 박사는 아직도 하루 16시간을 활동하는 현역 의사다. 더구나 그가 맡고 있는 공식 직책들은 모두 무급의 ‘자원봉사’ 활동이어서 일본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베푸는 데서 기쁨을 찾으라’고 그는 말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판된 그의 저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서울문화사)은 분명 건강하게 오래 사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긴 하지만, 의사가 펴낸 의학교양서라기보다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철학교양서에 가깝다. ‘병원의 검사기기로부터 병자라고 판명되어도 우리는 얼마든지 활기찬 삶을 살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건강하다는 것과 내적으로 건강하다는 느낌을 지니는 것은 확실히 다르다’
혈당치든 혈압이든 나이든, 소위 기준치에 너무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단언하는 이 의사의 경륜속에는 ‘건강 이상의 건강법’이 들어있는 것 같다.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건강법> 속에 들어있는 조언 몇 가지를 더 들어보자.
▲환자들이 “세상에 나처럼 불행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할 때 나는 “당신의 고통은 정말 참기 어려운 극심한 고통에 비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해준다. 사람들은 자신의 불행에 대해서는 매우 민감하지만 자신의 행복을 실감하는 데는 둔감하다.
▲희망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원치 않는다. 나 자신을 알고 지금의 처지를 인지하고 난 다음에 원하게 되는 것이 행복이다.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때로는 충분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
▲의학 교과서의 요구에 따라 엄격하게 규칙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다. 1백5세에 작고한 오구라 유키 화백은 혈당치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에 혈당치를 내려야 했다. 그러자 힘이 없어지고 그림을 그리는 일도 그만 두게 되었다. 그래서 너무 참지 말고 가끔은 단 것도 들도록 조언했다. 혈당치는 여전히 높게 되었지만 오구라 화백은 다시 붓을 들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삶이다.
▲일반적으로 65세 이상을 고령자라고 하지만 65세는 아직 젊고 건강한 것이 당연하다.
▲75세가 지나도 (일본에) 많은 사람이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은 젊었을 때 잘 먹지 못했기 때문이고 또 풍요로운 시대가 되어도 포식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고혈압 뇌졸중 심장병 당뇨병 폐암 같은 것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음이 치유되면 몸도 좋아진다. 그 반대도 있을 수 있다. 본래 의학의 목적은 병을 치유하기 이전에 환자를 치유하는 것을 사명으로 삼았다.
▲앞으로 의학이 아무리 진보한다 해도 의사가 고칠 수 있는 병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완전하게 고칠 수 있는 병은 그다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언젠가는 죽는다. 환자에게 고통을 참도록 강요하면서 병 자체를 치유하는 일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
히노하라 박사의 조언은 환자뿐 아니라 현직 의사들에게도 큰 공명을 일으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