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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일요신문 ] 김성영 기자= 경북도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성주배치 반대에 따른 성주군민과 정부 간 ‘가교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성주 사드배치철회 투쟁위원회(이하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중 한 관계자는 “솔직히 못 믿겠다”는 입장이다.
도는 기존 사드대응팀을 ‘사등 대응단(TF)’ 으로 확대·개편하는 등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이다. 김관용 지사도 “나라도 십자가를 지고 가야할 판”이라며 고행(苦行)의 길을 자처했다.
성주 사드배치 확정 전 후보지 거론 때 태도와는 확연히 온도차를 보인다. 사드 배치지역 후보지로 칠곡 등이 거론될 때까지만 해도 김 지사의 태도가 ‘뜨뜻 미지근’ 했다는게 중론이었다.
김 지사의 이같은 갑작스런 적극 행보를 시간을 거슬러 유추해 보면, 지난 15일 총리 일행과 함께 미니버스에서 6시간 30여분 간 감금된 후 부터가 분깃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날 차 안에서 김 지사는 황 총리와 7차례나 연속 회의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독대는 만들기도 쉽지 않다.
황 총리 의견이든 김 지사가 자청했든 어떤 방식으로든 경북도의 역할에 대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란 점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황 총리의 성주 방문 다음날 성주투쟁위가 발족한 지난 16일 이후 김 지사의 행보도 빨라졌다.
18일에는 성주군청으로 바로 출근, 성주 주민들에게 “사태 해결을 맡겨달라”고 했다. 24일에는 기존 사드대응팀을 확대·개편, ‘사드 대응단’으로 TF도 구성했다.
26일에는 정진석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가 성주를 방문해 정부와 당, 성주군 등이 참여하는 ‘성주사드안전협의체’ 구성·제안 때도 함께했다.
이같이 김 지사가 어떤 방식으로든 정부와 성주군과의 가교역할을 해 보고자 하는 노력에 대해 성주투쟁위는 어떤 반응일까?
성주투쟁위 공동위원장 중 한 관계자는 지난 27일 [일요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지금 우리는 정부도, 경북도도 아무도 믿지 못한다”며 불신(不信)했다.
성주투쟁위는 ‘사드배치 확정’을 전제로 한 ‘성주안전협의체’나 어떤 정부 제안도 받아들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관용 지사가 “협의체 운영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과는 정반대다.
이런 입장을 전제로 정부와 성주군민 간 가교역할을 하겠다는 것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것에 불과하다는게 투쟁위의 시각이다.
또 실제로 김 지사는 이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도 “사드 배치는 국가로서는 반드시 해야 할 사업”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한 바 있기 때문이다.
투쟁위는 ‘성주 사드배치’를 전제로 한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것이 원칙이다. 또 투쟁위 내에서는 근본적으로는 ‘사드 한반도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런 이유로 김 지사가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한 정부-성주군민 간 가교역할을 하겠다면 성주군민의 강한 반발을 사게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경북도가 확대 개편한 ‘사드 대응단’ 단장을 맡은 정병윤 도 경제부시사는 [일요신문]과 인터뷰에서 ”지사님이 사드배치를 전제로 한 협상을 주도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둔 걸로 안다“며 애써 부인했다.
하지만 투쟁위 관계자는 ”김 지사가 제 3후보지 등 청와대 관계자와 은밀히 만나 2~3가지 방안에 대해 얘기를 나눈 기사를 접했다“며, ”오보라고도 하고... 사실 관계를 떠나 소통 없이 이런 독자 행보를 한다면 어찌 믿을 수 있겠냐?“고 우려했다.
김 지사가 가야할 골고다 언덕길도 꽤 먼 고행의 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병윤 사드대응단 단장은 ”대응단을 막 꾸려 아직 체계적이지 못하다“며, ”사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다 보니 우리도 공부를 좀 해야 될것 같다“며 준비를 위한 시간 부족을 인정했다.
또 괌의 경우 지난 2009년 부터 3차례에 걸친 환경영향 평가에도 여전히 사드 영구 배치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사드 배치’를 전제로 한 정상적인 절차를 밟는다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김 지사의 십자가 길이 고행의 길이 될 것이란 점은 성주군민들이 경북도의 ‘사드 대응단’에 대한 불신(不信) 때문이다.
김 지사가 성주군민들의 불신을 걷어내고 훌륭한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주군민과 ‘사드배치’에 대한 출발점이 같아야 한다.
‘성주 사드배치 철회’와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란 두 목소리에 대해서도 열어 놓고 소통해야 한다.
‘성주 사드배치 철회’란 투쟁위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내부의 또 다른 목소리인 ‘사드 한반도 배치 반대’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고 투쟁위도 인정했기 때문이다.
김 지사가 ”나라도 십자가를 져야 할 판“이라고 했지만, 성주군민은 ”누구를 위한 십자가 인가?“며 되묻고 있다.
경북도가 정부와 성주군 간 가교역할을 자임했지만, 성주군민은 ‘안전하지 못한 다리’로 생각하고 있다.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중매는 잘하면 술이 석잔, 못하면 뺨이 석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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