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군 (주)군월드 대표
[대구=일요신문] 정리 김성영 기자= 세계 유수의 커피 프랜차이즈 기업 ‘스타벅스’에는 IT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돼있다. 그러나 정작 그 기술력을 과시하거나 전면에 내세우는 법이 없다. IT가 더 이상 특별함이 아닌 베이스라는 인식에서다.
스타벅스는 ‘연결되는(Connective)’ 경제를 통해 이윤의 극대화를 꾀한다. 인문학은 이 같은 연결 능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게이츠가 명성을 얻은 배경 역시 엔지니어로서의 기술력에 앞서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다는 점이 주효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사회는 이 같은 궤적을 인정하는 이면에 기초학문 자체를 터부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필자는 엔지니어다. 출신이 그러하고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현재도 그 자부심 만큼은 도외시한바 없다.
창업 당시 이력을 시금석으로, 5년이 흐른 지금까지 건설과 IT 융합의 기조는 유효하다. 감성보다 이성에 집중하고, 직관에 앞선 데이터 분석을 더 신뢰한다.
하지만 직원채용을 위한 최종면접 시에는 상황이 다르다. 경력, 자격증 커리큘럼 등의 스펙은 잘 언급하지 않는다. 어차피 이력서 상 걸러진 부분이거니와 면접자의 인문학적 소양을 확인키 위함이다.
그들에게 묻는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이공계 기술로는 분명 한계가 있음을 엔지니어 출신으로서 절감한다. 인공지능은 인문학적 사고가 수반 돼야한다는 것. 통렬한 반성 끝에 인정한 결론이다.
창의적 인재는 똑같은 문제를 다양한 소양을 통해 다각도의 해답을 찾는 사람이다. 일각에서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4차 혁명의 시대 흐름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 전반을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는 주장 역시 이 같은 시류의 방증이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기술 격차는 점차 그 간극을 좁혀가고 있다. 그러다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기술력이란 메리트는 더 이상 부각되지 않을 것이다. 차별성을 두기 위한 방책으로 인문학적 소양이 대두되는 이유를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다.
IT기술자가 프로그램 개발에만 몰두하고, 건설가가 시공에만 전념한다면 그야말로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날 지언 정, 국한된 프레임에서 벗어나기는 어렵다.
반면, 책을 읽고 악기 하나쯤 다룰 수 있다면, 더 나아가 왜 살아야 하고, 어떻게 인생을 영위해야 하는지 치열히 고민해본다면 새로운 분야에서의 유연한 마인드를 장착 하게 될 것이다.
인문학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리 진일보한 과학기술이라도 도구이자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결국엔 인간이 만들고 우리가 사용하며, 개인 편의를 위해 존재한다.
인문학의 중요성만을 주창하기에 앞서 인공지능의 궤적부터 오롯이 수용해야 한다.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은 채 인문학적 성찰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에 그칠 공산이 크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영원히 풀리지 않을 난제 ‘어떻게 잘 살아가는가‘의 가장 큰 범주가 현재로선 인공지능이기 때문이다. 병렬적 방식의 융합을 한 차원 뛰어 넘는 ‘범학문적 접근’이 절실할 때이다.
바쁜 일상 탓에 내세울만한 취미생활은 없지만 바둑은 가끔 즐긴다. 지난 3월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계 바둑 최고수 이세돌 9단을 누른 사건을 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넨다.
인공지능이 주체가 될 미래문명은 과연 유토피아(utopia)로 꽃을 피울 것인가, 아님 디스토피아(dystopia)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해답이 있을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인공지능 사회는 인간과 공존 한다는 것이다. 현대과학과 인문학의 연결고리가 더욱 견고해야 할 시점이다.
이동군 (주)군월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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