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아산병원 이규형 교수가 줄기세포 이식치료를 받은 환자를 회진하고 있다. 아래는 세포치료제를 만드는 과정(사진제공=세원셀론텍). | ||
국내 병원들의 성체줄기세포 이식치료 수준은 최근 미국, 일본 등 외국인 환자들이 성체줄기세포 이식치료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고 있을 정도로 앞서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국내 대학병원에서 처음으로 환자 자신의 중간엽줄기세포를 이용해 운동신경, 감각신경이 없는 환자를 치료하는 연구자 임상을 승인받고,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교통사고나 추락 등으로 목, 척추손상을 입어 팔다리가 완전 마비된 중증환자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지금까지 이런 환자들은 척수신경 재생이 불가능해 평생 사지마비 또는 하반신마비 등으로 살아야만 했다. 아산병원은 임상시험이 끝나는 올 9월경에 식약청에 하반신마비 환자의 치료효과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대전성모병원도 지난해 10월 성체줄기세포 치료센터를 개소, 미국인과 인도인 하반신마비 환자 등 10여 명의 국내외 환자에게 성체줄기세포 이식수술을 시행했다. 이 중 2년 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던 미국인 환자는 수술 직후 마취에서 깨어난 지 불과 한 시간 만에 “발과 다리를 옮겨주던 언니의 손이 느껴졌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 측은 일단 수술 경과를 더 지켜본 후에 자세한 내용을 발표하겠다는 입장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도 임상시험 초기단계인 만큼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서울아산병원 세포치료센터 이규형 소장은 “척수손상이나 고관절 질환, 진행성 암 등 여러 난치성 질환에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지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제약회사, 생명공학회사들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 노력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펴낸 ‘줄기세포산업 10대 육성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세포치료제를 연구개발하는 기업은 세원셀론텍·듀플로젠·테고사이언스를 비롯해 메디포스트·파미셀이노셀차바이오텍과 동아제약 등 18개 기업인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초 성체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으로 주목받은 ‘오스템’을 개발한 세원셀론텍(주)의 경우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품화 임상시험 승인을 받고 1년간의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오스템’은 환자의 골수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증식배양한 다음 뼈세포로 분화시켜 뼈의 재생력을 높인 개인맞춤형 뼈세포치료제. 세원셀론텍 장정호 회장은 “난치성 골절이나 뼈괴사증, 골종양 등의 질환에 치료효과가 기대된다”며 “오스템이 실용화되면 연간 5조원에 가까운 골 재생 관련 세계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원셀론텍은 이미 2001년에 자기유래 연골세포 치료제인 ‘콘드론’을 개발해 국내 생명공학의약품 1호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 성체줄기세포와 배아줄기세포 | ||
골수 대신 탯줄혈액(제대혈)을 이용할 수도 있다. 탯줄혈액에서 신경계열 골수세포를 추출해 이를 증폭시킨 후 척수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 것이다.
이처럼 다 자란 성인의 골수와 혈액, 탯줄혈액 등에서 추출해낸 성체줄기세포(Adult Stem cell)는 모든 장기로 분화될 수 있는 배아줄기세포보다는 증식력이 떨어진다. 특정 조직으로만 전환되므로 분화능력도 낮은 편이다.
대신 배아줄기세포보다 안정성이 높고, 줄기세포를 환자의 몸에서 구하기 때문에 윤리적인 제한이 없고, 인간복제로 이어질 우려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성체줄기세포는 성인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건강할 때 미리 채취해 냉동 보관이 가능하고, 발병 초기에 급히 채취하여 사용할 수도 있다. 성체줄기세포의 증식도 실험실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 치료에 적용하는 데 큰 제한이 없다.
이에 비해 배아줄기세포는 여성의 난자에 줄기세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체세포 핵을 이식해 만든 복제 수정란이 구체적인 장기를 형성하기 전인 ‘배아’ 단계일 때 채취한 줄기세포를 말한다. 수정한 지 14일이 안 된 배아기의 세포인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장차 인체를 이루는 모든 세포와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전능세포’ 혹은 ‘만능세포’로까지 불린다. 하지만 유전자 발현의 불안정성 때문에 암세포로 분화될 가능성 등은 단점으로 꼽힌다. 물론 배아복제 과정에서의 윤리적 비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서울아산병원 세포치료센터 이규형 소장, 세원셀론텍 장정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