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청 신청사 이전 예정 부지 위치도.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현재 신청사 건립을 준비하는 곳은 동작구, 종로구, 광진구, 서초구 등이다. 동작구는 서울시 투자심사에 통과했고, 종로구는 중앙 투자심사 단계에 있다. 광진구와 서초구는 아직 건립 논의 단계에 있는 상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부분의 신청사 건립 사업은 1000억 원대 규모다. 자치구는 비용 중 일부를 서울시에서 주는 특별교부금 형태로 보조받을 수 있다. 또 자치구에서도 자체적으로 기금 등을 활용, 예산을 마련하게 된다. 어찌됐건 청사 건립을 위해선 거액의 혈세가 투입되는 셈이다. 호화 청사 건립에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또 신청사 건립이 지나치게 수익을 내는 데 치중돼 있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끊이질 않는다. 청사 대부분이 상가복합개발 형태로 세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구청장의 ‘성과 내기용’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사 건립에 대한 주민들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은 데도 구청장의 실적 쌓기를 위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동작구 상도동에 거주하는 차 아무개 씨(55)는 “초호화 청사를 짓는 데 혈세를 낭비하느냐. 차라리 가로등이나 더 놔 달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용산구 이태원동에 사는 서 아무개 씨(25)도 “호화청사를 지어도 구민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심지어 용산구청도 외관만 화려할 뿐 들어가 보면 텅텅 비어 있지 않냐. 행정 업무는 별반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1809억 원을 투입해 신청사를 건립할 예정이다. 2019년 초에 착공해 2021년 안에 준공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동작구 신청사는 상도 2동 영도시장 일대에 구의회·보건소·문화예술회관·어린이집·동작경찰서 등이 입주하는 종합행정타운 형태로 지어질 예정이다. 그러나 2016년 현재 동작구 재정자립도는 서울시 자치구 평균 재정자립도인 31.7%에도 미치지 못하는 28.7%다.
종로구는 1880억 원을 들여 상가복합 신청사를 2020년까지 준공할 계획이다. 서울 미래 유산으로 지정된 본관은 외관을 보존하되 리모델링하고 별관은 허물어 지하 5층, 지상 17층의 신청사를 짓는다는 계획이다. 종로구는 “신청사 30% 이상을 상업 시설로 채울 것이며 상업 시설에서 들어올 임대료로 건축비용을 갚아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실 호화청사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2008년 준공된 금천구청엔 1152억이, 2010년 준공된 용산구청엔 1522억이 들어갔다. 특히 금천구 신청사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당시 재정자립도가 서울 시내 25개 구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던 까닭에서다. “재정자립도는 자치구 꼴등인데 청사만 호화롭다”는 지적이 나왔던 것이다.
물론 구청 측은 신청사 건립에 나름대로 사정이 있다고 항변한다. 동작구 관계자는 “현 청사는 시설 노후화로 관리비용이 인근 자치구보다 1.5배 많이 지출되고 있어 열악한 재정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게다가 현 청사 부지에 재건축을 할 경우 약 1000억 원 이상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신청사로 이전 시 현 청사 부지인 노량진 역세권 일대에 상업 기능을 확장시킬 수 있고 이전 부지의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또한 현 청사가 1922년 지어져 노후화됐을 뿐 아니라 주차장도 협소해 청사를 보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호화청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한 자치구의 관계자도 “‘몇 천억’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국민 입장에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과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자치구 입장에선 재원 확보 대책을 충분히 수립하고 사업을 진행한다. 무리하게 주민 복지를 삭감해서 청사를 건립하는 자치구는 없다. 항상 구민들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더구나 사업의 심사 과정이 까다롭고 많다. 그만큼 부실한 사업은 걸러질 기회가 많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
과거 호화청사 논란 살펴보니…성남시 용인시 등 외관은 ‘번쩍번쩍’ 속사정은 ‘찜통·냉동고’ 2009년 완공된 경기도 성남시 신청사는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연면적이 7만 2746㎡(약 2만 2000평)이다. 비용은 3222억 원이 들어갔다. 또 청사 9층에 위치한 성남시장 집무실은 ‘아방궁’이라 불리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약 92㎡(28평) 크기의 집무실을 비롯해 휴게실, 화장실, 비서실, 접견실 등 부속시설을 모두 합치면 시장실 총 면적은 약 292㎡(88평)에 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성남시의회 최성은 의원은 “신청사라는 것은 공무원들이 업무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면 되는데, 그 공간으로 권위를 표현하려 하고 이렇게 크게 멋진 청사를 본인들이 지었다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이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 같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성남시 청사는 ‘호화청사’라는 지적뿐 아니라 ‘찜통청사’ ‘냉동청사’라는 오명도 얻었다. 북향 사무실과 복도 반대편 남향 사무실 온도차가 10도 이상 났다. 이에 대해 2011년 성남시는 “청사와 의회청사는 청사 외벽 단열재, 공조 설비, 환기 설비 및 자동제어시스템 등의 설계·시공 상 하자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도 적절한 냉·난방이 되지 않는 손해를 입었다”며 시공사와 설계사 등 11개 업체를 상대로 10억 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올해 2월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용인시와 서울시 신청사도 호화청사 논란을 일으키며 완공됐다. 용인시 청사는 지하 2층, 지상 15층에 연면적 3만 7942㎡(1만 1147평)의 크기로 지어졌다. 비용은 1974억 원이 투입됐다. 2011년 완공된 서울시 신청사는 2288억 원이 들어갔다. 규모는 지하 5층, 지상 13층에 연면적 9만 7000㎡(2만 9342평)이다. 논란이 된 지자체 호화 청사의 공통점은 외벽이 대형 통유리로 돼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건설 전문가인 정 아무개 씨는 “일명 ‘통유리’는 공사의 신속성과 미려한 외관을 위해 한때 유행한 시공법이었다. 그러나 통유리는 사계절인 우리나라에 적합하지 않다. 여름엔 직사광 탓에 냉방비가 많이 들어가고 겨울에는 난방비가 2배 정도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를 위해 지자체부터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