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혁신도시 조성 당시 모습.
[나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도시에 입주한 주민들이 행정당국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과거 ‘호혜원 악취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에 전남도와 나주시는 입주민들의 신뢰회복에 진땀을 빼고 있다.
◇ 진동하는 악취
“수용소 생활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지난 10일 전남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내 LH 4단지 아파트 주민 김모씨(35)의 말이다.
3년전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그는 “쾌적한 정주 여건이라는 말과 달리 일상생활의 고통과 불편이 심각하다”며 “특히 심야에 진동하는 축산 악취 때문에 잠을 못 이룰 지경”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여름철 무더위에도 악취 때문에 아파트 창문을 꼭꼭 닫고 살았다”며 “수개월째 나주시 등에 고통을 호소했으나 그때마다 돌아오는 것은 ‘대책이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 꺼내든 ‘강력 대처’ 카드…효과는 ‘미지수’
전남 나주시 금천·산포면 일대 733만㎡ 규모로 조성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도시’. 지난 2014년 7월 우정사업정보센터를 시작으로 그해 11월 말부터 12월까지 한국전력과 한전KDN, 한전KPS 등 주축 기관이 이전, 도시의 면모를 빠르게 갖췄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정주 여건’은 엉망이다. 특히 축산 악취 문제는 끊이지 않는 민원 대상이었다.
악취원(源)은 LH 아파트에서 불과 600m 떨어진 한센인 자활촌인 호혜마을. 이곳의 돼지 2만4천여 마리와 소, 닭·오리 축사가 악취의 주범이었다.
하지만 나주시와 호혜원 주민들의 극적인 보상 합의로 지난해 10월 말까지 주민들이 이행키로 약속한 모든 가축의 출하(자율 처분)가 완료되면서 일단락된 듯했다.
그러나 채 일 년도 안 돼 빛가람도시가 또다시 악취 악몽이 재현되고 있다. 여름철에 들어 악취가 더욱 심해지자 고통을 겪고 있는 주민들이 나주시에 하루에 10건 이상의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민원 내용은 1년 전과 판박이다. “여름철 무더위에도 악취 때문에 아파트 창문을 꼭꼭 닫고 살았다”, “심야에서 새벽까지 진동하는 축산 악취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것은 물론 심한 두통으로 정상 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라는 불만이다.
때문에 일각에서 이번 악취 재발사태가 ‘제2 호혜원’로 비화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전남도와 나주시는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남도는 나주 혁신도시 주변 축사 27곳 생활폐기물 전처리시설 1곳 등 총28곳을 대상으로, 8일부터 19일까지 나주시와 합동조사에 들어갔다.
나주시는 한 걸음 나아가 ‘강력 대처’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11일 오후 빛가람동사무소에서 빛가람동 악취 민원과 관련, 대책회의를 갖고 정확한 원인분석과 대책을 논의했다.
시는 이날 대책회의에서 그동안 제기된 민원을 조사한 결과, 일부 축사의 축분과 인근지역 비닐하우스 등에 뿌려진 퇴비냄새 등이 혼합된 ‘복합적인 악취’로 추적이 어려웠다고 분석했다.
특히 악취의 특성상 기압의 변화나 기온 및 바람의 방향에 따라 변화가 심하고, 심야 시간대에는 악취가 더 심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잠정 결론지었다.
우미린 아파트 주변 축사는 악취 저감시설인 액비 순환시설을 지난 6월말에 완료해 9월말까지 시운전해서 정상 운영되면 상당한 저감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나주시는 내다봤다.
또 최근 LH 2~4단지 악취 민원은 주변 500여동의 하우스에서 고추 파종 등을 위한 퇴비살포로 인한 악취로 판단해 7월말까지 해당 농가를 대상으로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 완숙퇴비 사용 등을 지도했다.
시가 운영하는 전처리시설의 가동을 중지시켰음에도 악취가 계속돼 인근에 위치한 퇴비사를 밀폐시켰다.
나주시는 관련 법규상 악취기준을 초과하더라도 과태료에 불과한 시설 등에 대해서는 악취관리시설로 지정하기로 했다.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사법부에 고발은 물론 사업중지와 폐업조치도 불사하겠다는 게 나주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나주시의 ‘강력 대처’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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