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구성 성분의 3%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 되는 영양소가 미네랄. 칼슘이나 마그네슘·인·칼륨·유황·나트륨·철·망간·요오드·아연 등이 그것이다. 이 중 어느 한 가지만 부족해도 크고 작은 이상신호가 켜지게 된다.
부족해지기 쉬운 대표적인 미네랄은 마그네슘·아연 등이다. 특히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우리 몸에 힘을 주고 피로를 막아주는 물질인 ATP의 생성 과정에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쉬 피로를 느끼고 불안, 짜증, 우울감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그네슘이 몸 안에서 하는 작용은 매우 다양하다. 주로 뼈의 형성과 체온조절, 단백질 생산, 근육에 축적된 에너지의 발산 등 신체의 다양한 메커니즘에 관여한다. 또 미토콘드리아 막의 안전에 관여하는 무려 325가지 이상의 효소작용에 조효소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동안의 연구에 따르면 마그네슘이 심장이나 뇌혈관의 이완을 도와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등의 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뇨병과도 관계가 있다. 마그네슘이 충분하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의 활성을 돕기 때문에 혈당조절이 잘 되지만, 부족하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되어 세포내의 포도당 유입을 방해한다. 혈압을 약간 떨어뜨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뉴로사이언스센터 뇌·인지과학연구실팀은 마그네슘이 중년 이후 성인들의 학습능력과 기억력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놓은 바 있다.
보통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피로나 식욕저하 불면증 불안증 무력감 등의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결핍일 때는 저칼슘혈증이나 저칼륨혈증이 동반돼 손 또는 눈꺼풀이 떨리거나 오심, 구토, 경련 그리고 심지어는 혼수상태에 빠질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증상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예를 들어 눈꺼풀이 떨리더라도 갈수록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며 다른 부위도 떨린다든지, 몸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살도 빠지는 등 동반되는 증상이 없다면 대부분 안심해도 된다. 스트레스나 커피 등 카페인, 피로, 심한 운동을 했을 때도 이 같은 증상이 곧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속에서 마그네슘이 적당한 수치인지 알아보려면 모발 미네랄검사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에서 별 이상이 없더라도 마그네슘이 부족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모발 미네랄검사는 머리 뒤쪽의 모발 일부를 뽑아서 간단하게 마그네슘을 비롯한 여러 가지 미네랄 수치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모발을 통해 채취일로부터 3개월 전까지의 미네랄 상태를 알 수 있다. 모발이 적으면 다른 부위의 털로도 가능하다. 1회 검사료는 12만~15만 원선이다.
▲ 굴, 아몬드, 다시마와 두부.(왼쪽부터) | ||
그렇다면 어떤 사람에게 마그네슘이 부족해지기 쉬울까. 일단 과음을 자주 하거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한 직장인이라면 주의해야 한다. 이외에 △단백질 섭취가 지나치게 적거나 반대로 많은 경우 △무리한 일이나 운동 등으로 과도하게 땀을 흘리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하는 도중에도 근육에서 마그네슘이 빠져나간다. 평소 식생활에서 심한 편식을 하거나 정제 가공된 식품을 좋아하고 야채, 과일을 적게 먹는 사람도 요주의 대상이다. 또 노인이나 임신부, 특정질환이 있는 환자도 마그네슘 결핍이 되기 쉽다.
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교수에 따르면 심장수술이나 이식 등의 큰 수술을 받거나 소화기질환 간경변 신장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마그네슘이 결핍되기 쉽다.
검사를 통해 마그네슘 결핍 상태로 밝혀지면 마그네슘 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만약 심장병이나 간경변, 임신중독증 등의 중한 원인이라면 주사제로 보충해주기도 한다.
우리나라 하루 권장 섭취량은 체중 1㎏당 남성 4.3㎎, 여성 4.2㎎이다. 대략 성인의 경우 남성은 350㎎, 여성은 280㎎ 정도다. 여성의 경우에는 임신과 수유기간 동안에는 450㎎ 정도로 더 많이 섭취하는 게 좋다.
마그네슘은 특히 현미나 아몬드·오징어·굴·정어리·콩·두부·옥수수·시금치 등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즉 녹색 야채와 견과류, 해산물, 콩류, 곡류 등에 많다. 이 중 곡류에 들어있는 마그네슘은 도정 과정에서 80~96%가 사라져 버린다. 따라서 도정을 많이 한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을 먹어야 마그네슘 섭취에 도움이 된다. 현미는 100g당 80㎎의 마그네슘을 함유하고 있어 하루 두 끼의 잡곡밥을 먹으면 충분한 양의 마그네슘을 섭취할 수 있다.
참고로 아몬드에는 100g에는 270㎎의 마그네슘이 들어있다. 하지만 칼로리가 높은 만큼 칼로리가 걱정되는 사람들은 주의를 요한다. 다시마도 100g당 800㎎ 이상의 마그네슘이 들어 있다. 하지만 갑상선의 원인물질인 옥소가 들어있어서 갑상선 기능항진증인 경우에는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야채를 통해 마그네슘을 섭취한다면 삶을 때 마그네슘이 물로 빠져나갈 수 있으므로 살짝 데치는 것이 좋다.
마그네슘을 섭취할 때는 다른 미네랄과의 균형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는 “마그네슘과 특히 관련이 깊은 미네랄은 칼슘과 인, 칼륨”이라며 “마그네슘이 너무 많으면 인의 흡수를 억제해서 문제가 된다. 또 칼슘은 마그네슘이 있어야 몸 밖으로 소실되지 않는다.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칼슘 배설이 촉진돼 신장결석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마그네슘 결핍 체크리스트]
다음의 항목 중에서 여러 가지 항목에 해당되고, 증상이 자주 나타날수록 마그네슘 부족일 가능성이 크다.
① 평소 팔, 다리에 쥐가 잘 나는 편이다.
② 과도하게 예민해져서 쉽게 화를 낸다.
③ 눈꺼풀이 씰룩거리는 등 근육 경련이 자주 일어난다.
④ 쉽게 잠들지 못하고 숙면을 취하지 못한다.
⑤ 화장실에 자주 들락거리는 빈뇨 증상이 나타난다.
⑥ 때때로 심장이 불규칙하게 뛴다.
[마그네슘 결핍 부르는 습관]
① 술을 좋아해서 과음을 자주 한다. 술이 마그네슘 흡수를 차단하고, 신장을 통해 칼슘 배설을 촉진시킨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이 되면 마그네슘 결핍으로 인해 심한 경련이 발생한다.
② 가공식품을 즐기는 편이다. 여러 단계 가공할수록 식품 속에 원래 있던 마그네슘이 많이 사라진다.
③ 탄산음료를 자주 마신다. 탄산음료 속의 인산 성분이 체내에 흡수되면 장으로 마그네슘, 칼슘이 배출된다.
④ 스트레스를 잘 받는 편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마그네슘이 가장 많이 소모된다.
⑤ 무리한 운동을 한다. 무리한 운동을 하면 근육을 수축하기 위해 많은 마그네슘이 소모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분당제생병원 소화기내과 백현욱 교수,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김상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