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민들, 고질적 안전불감증이 ‘만성병’ 지적
대구시가 1600억 원을 들여 시공 중인 스크린도어가 최근 부실공사로 도마위에 올랐다. 대구도시철도 공사는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일요신문] 김성영 기자= 대구도시철도 스크린도어(PSD) 공사가 대구시의 이례적인 특별감사 지적에도 최근 또 부실시공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대구도시철도공사도 이같은 사실을 시인했다.
앞서 올해 초에도 스크린도어 공사와 관련, 대구시 감사관실이 공무원 비위와 하도급 비리 등을 적발해 해당 공무원을 해임시키고 업체 제재와 함께 경찰 추가 수사까지 의뢰한 바 있다.
시공사 현대로템이 대시민 사과를 하고 공사가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고질적 ‘안전불감증’에 대한 시민 불안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2호선 12개 역 스크린도어 구조물(H빔)을 고정하는 앵커볼트 대다수가 시공 계획서 상 제품이 아닌 부적합 제품을 사용했고, 도막(塗膜, 구조물에 칠해진 페인트 두께) 처리 또한 기준치에 미달했다.
스크린도어 안전에 있어 구조물은 가장 중요한 부문이며, 이를 지탱하는 것이 앙카볼트다.
전동차 운행 시 터널 내 기류와 진동, 소음 등으로 고정력이 떨어지면 구조물 전체가 흔들리고, 제어 시스템과 센서 오작동 등으로 인한 고장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막 또한 두께가 얇으면 감전 위험과 화재에 취약하고 부식에 약해 내구연한도 30년 이하로 떨어진다.
특히 지난 5월 스크린도어와 관련한 서울 구의역 인명 사고로, 스크린도어 안전은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스크린도어 구조체를 지지하고 고정하는 앵커볼트는 2호선 12개 역사 총 5천 228개 중 무려 85%인 4천429개가 비규격인 D사 제품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대구안실련 제공
D사 제품 강도는 KS규격(400N/㎟)에는 적합했지만 시방서 상 규정된 인장강도 907N/㎟의 약 54%인 487N/㎟ 수준인 것으로드러났다.
도막 또한 1호선 4개 역과 2호선 4개 역, 기존 설치 된 반월당역 등 9개 역 중 3개 역에서 기준치(100㎛ 이상) 대비 70~90% 정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가 된 역은 범어, 수성구청, 대공원역이다.
도막 두께 측정, 도막 처리 불량으로 인한 도막 부풀음 현상. 사진=대구안실련 제공
운행하는 전동차에는 직류 1500V의 고압 전기가 흐르고 있어 스크린도어는 전기가 통하지 않게 절연성이 있어야 한다. 또 불에 잘 타지 않도록 난연성과 철 구조물이 녹슬지 않도록 특수도료를 규격에 맞게 칠하도록 시방서에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시공사가 품질 검수 시 규격 미달이란 것을 알고도 묵인했고, 측정 결과 성적서 또한 적합한 것으로 조작까지 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구도시철도공사는 그제서야 지난 5일 부랴부랴 대책을 내 놨다.
공사는 12개 역 불량 앵커볼트를 전면 재시공하고, 천장 부분에는 추가로 앵커볼트를 설치키로 했다. 도막 두께 불량에 대해서는 전수 조사를 통해 규격 미달 자재는 모두 교체키로 했다.
재시공 후에는 언론사, 시민단체 등과 공개 안전검증을 실시키로 하고 검증은 공사, 안실련, 언론사, 시공사 등으로 구성된 스크린도어 안전검증위원회를 통해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시공사인 현대 로템측에는 사과문 발표와 함께 본부장급을 공사 종료 시 까지 현장에 상주시키고, 공사 감독관도 현재 2역 당 1명에서 1역 당 1명으로 책임제 감독을 강화토록 지시했다.
공사는 앞으로 시공사가 부실시공 시 형사 고소와 함께 준공일 공기 지연 때 마다 1일 2000만 원의 지체상금을 부과토록 하고, 부실시공 관련 공사 감독 직원은 자체 조사 후 엄중 문책키로 했다. 스크린도어 시공 과정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전면 공개키로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의 이 같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구안실련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그 간 대구시와 공사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낫낫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며, “대구시 감사관실이 지난 특감을 통해 관련 공무원을 해임하고 수사까지 의뢰한 상황에서 또 이같은 부실이 드러난 것은 대구시의 고질적인 안전불감증이 만성병이 된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구시가 솜방망이 처벌 만 하니 영(令)이 서지 않는 것이다”고 꼬집었다.
시민들은 “시민 안전을 지키겠다고 설치하는 스크린도어가 시민들을 오히려 위험으로 내 몬 꼴이다”며, “시공사도 문제지만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공사와 대구시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스크린도어 공사에는 시민 혈세 1600억 원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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