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석 의원
ODA 전문가는 개발도상국 현지에서 농업, 건축, 토목, 보건 분야와 같은 전문 영역의 사업 발굴과 수행 그리고 관리를 전담하고 있다. 2012년 11명의 ODA 전문가가 처음 채용된 이래 매년 급격히 증가하여 현재 총 57명이 29개국에서 활동 중이다. 열악한 일선 현장 속에서도 ODA 전문가들은 코이카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우리나라 해외무상원조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코이카는 ODA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면서 고용노동 관련 규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코이카는 정원 제한 문제 등으로 ODA 전문가를 해당 기관 소속 직원이 아닌 개인 용역 형태로 계약해 왔고, 4대 보험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국회 외교통일 위원회 정양석 의원이 코이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파키스탄에 파견을 갔다 온 한 ODA 전문가가 미사용 연차에 대한 연차수당, 퇴직금,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약 2천7백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2016년 3월에 중부지방 고용 노동청 성남 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청과 수원지검은 2016년 9월 13일에 코이카는 임금체납 의도가 없었다며 형사상으로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지만, 향후 진정인이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승소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 경우 지금까지 코이카 측이 계약한 121명의 ODA 전문가들에게 최대 20억 원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코이카가 제도 도입 과정에서 근로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였다면 문제 될 소지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2015년 기준 코이카는 ODA 전문가 인건비로 28억 원이 지출하였으며, 이는 같은 해 코이카 전체 예산 6천3백억 원의 0.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이카는 허술한 제도 운용으로 향후 1년 ODA 전문가 인건비 총액에 맞먹는 비용을 내야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ODA 전문가 제도를 운용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번 수당 지급 문제가 불거지자 코이카 측은 1년 단위로 계약하던 ODA 전문가 제도를 폐지하고, 해당 업무를 단기 파견 인력이 대체하는 방향으로 내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2017년 예산에 ODA 전문가 관련 예산은 반영되지 않았다고 코이카 측은 밝혔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한 국제개발 전문가는 장기간 진행되는 해외원조사업 특성상 단기 파견은 사업 수행과 관리에 부적절하며, 결국 코이카 스스로 전문성과 업무 추진 능력을 포기하는 결정과 같다고 비판했다.
정양석 의원은 “선진국보다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해외무상원조 규모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 원조 외교가 인정을 받기까지 ODA 전문가의 도움이 컸다. 코이카의 허술한 업무 수행으로 인해 국익 차원에서도 손실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 의원은, “국제적으로도 해외무상원조가 점점 더 전문화, 세분화 되는 추세인데, 우리나라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면 국제 개발 전문가 육성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며 코이카가 ODA 전문가 제도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관련 예산도 반영하는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촉구했다.
ilyo7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