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한나라당 대선 예비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 빅2 사이에서 홍 의원이 어떤 길을 갈지 주목된다. | ||
이런 가운데 뒤늦게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이 한나라당 경선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현재 한나라당에는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이외에도 원희룡, 고진화라는 두 대선 주자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빅2’의 싸움이 당을 깰 정도까지 치달아도 한 일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모래시계 검사’ ‘저격수’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대중적 인기가 있는 홍 의원의 출마는 한나라당 경선에 새로운 바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구도는 이미 진작부터 이명박 전 시장, 박근혜 전 대표로 압축돼 경쟁을 벌여왔다. 특히 이들의 경쟁은 손학규 전 경기 지사의 탈당 이후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극한으로 치닫는 기미를 보여 왔다. 그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이들의 싸움이 국민들로 하여금 한나라당 경선을 식상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이대로 가다간 자칫 당이 깨질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 가장 아쉽게 생각해 온 것이 손 전 지사의 탈당으로 사라져 버린 ‘완충지대’였다. 최근 원희룡 의원이 “손학규 전 지사를 다시 한나라당에 복귀시킬 필요가 있다”는 다소 위험성 있는 발언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원 의원은 한 인터뷰에서 “손 전 지사가 합리적인 개혁층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다는 점에서 봤을 때 가능성 여부를 떠나서 손 전 지사 또는 손 전 지사에 버금가는 인물이나 세력에 대한 보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 한나라당에는 이미 경선 참여를 밝힌 원희룡 고진화 의원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의 역할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는 편이 옳다. 손 전 지사가 당을 떠난 뒤 당내 개혁세력을 대표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던 원희룡 의원에 대해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컸다. 원 의원은 이에 대해 “근본적으로 내 능력의 한계”라고 통감하면서도 내심 불만스러운 점도 없지는 않은 듯했다. 원 의원 측 관계자는 경선 과정에서 나름대로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이지만 “너무 외롭게 홀로 서 있는 기분”이라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때 일각에서는 원희룡 의원과 고진화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원 의원 측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연대설’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반기지 않는 눈치였다.
이처럼 중간 완충지대 없이 치달아 온 한나라당 경선에 홍준표 의원이 출사표를 던지면서 새로운 변수로 등장, 관심이 커지고 있다.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대선출마를 선언한 홍 의원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될 것”이라는 출정 각오를 밝혔다. 한마디로 약세임을 스스로 인정하고 들어가는 셈이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1인 1주택제, 토지소유상한제 등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또한 정책토론회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양 진영의 시각은 조금 엇갈리고 있다. 당장 1%의 지지율마저 아쉬운 형편인 양 진영으로서는 홍 의원의 출마선언이 저울추를 어느 쪽으로 조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은 아닌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그중에서도 이 전 시장 측의 시각은 우려의 분위기가 짙다. 그동안 홍준표 의원이 ‘친이’ 인사로 분류돼 왔던 터라 이 전 시장의 입장에선 그의 출마 결심을 불편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동대문 을)이 지역구이며 수도권의 젊은 지지자들을 주로 확보하고 있는 홍 의원은 이 전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전 시장으로선 홍 의원의 출마 선언이 실이 되면 됐지 득은 안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홍 의원은 “29일 정책비전대회에서부터 이 전 시장이 내놓은 대운하 공약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이 전 시장 측을 긴장시키고 있다. 2006년 5월 서울시장 당내 경선에 출마했다가 이 전 시장이 ‘민’ 오세훈 후보에 졌던 경험은 홍준표 의원에게 두고두고 아픔으로 남아있다. 그는 당시 이 전 시장이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것에 대해 “이 전 시장의 정치적 선택으로 받아들이겠다”며 “하지만 이제부터 나도 정치적으로 선택하겠다”라고 쓴 각오를 밝히기도 했었다.
반면 박 전 대표 측에서는 ‘앞서 가는 1등이 있는데 2등과 3등이 싸우는 일이 있겠느냐’며 느긋한 분위기다. 박 전 대표 측에서는 홍 의원이 일단 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이지만 과거 홍 의원이 친이 성향을 보여왔다는 점이 조금 신경에 거슬리는 인상이다.
이런 가운데 홍 의원 측은 승패에 대한 언급보다는 나름의 역할론을 내세우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지금 양 주자 간 네거티브 공방이 너무 식상한 터라 대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며 “손 전 지사보다 다이내믹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홍 의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의원이 과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그가 얼마나 지지를 받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인다. 당내 전문가들은 지지율 5%를 경계선으로 본다. 5% 선을 넘어서면 홍 의원은 탈당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빈자리를 메우면서 경선의 무시 못 할 변수로 자리 잡고 나아가 최종 후보 결정의 순간에 캐스팅보트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물론 3% 이내의 미미한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면서 원희룡, 고진화 의원과 마찬가지로 ‘별 볼일 없는 존재’로 추락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전 시장이나 박 전 대표 모두 그의 ‘영입’을 원했을 만큼 잠재적인 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홍준표 의원의 고민은 이제부터인 셈이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