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일요신문] 김재원 기자 = 지금 경주는 신라이야기가 한창이다. 지진 피해 복구를 위해 시민들의 노력과 더불어 44년을 이어온 신라문화제를 위한 준비로 경주 전체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예기치 못한 사태로 놀란 가슴을 추스르고 일상으로 돌아와 시민 모두가 하나 되는 신라문화제를 준비하는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다.
* 경주 시민과 관광객들이 함께하는 대화합 축제!
이번 2016 신라문화제의 주제는 ‘신라이야기(Silla Story)‘다. 찬란한 천년고도 경주를 이어온 신라인들의 이야기가 10월 3일부터 9일까지 7일간 경북 경주시 일원에서 10개 부문, 38개 문화예술행사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올해 문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시민들이 주체가 돼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천년 통일왕조 신라가 지닌 유무형의 전통문화가 현재의 지역 정신문화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지진을 이겨내기 위해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화합하는 장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의미다.
행사는 10월 3일 오전 10시 봉황대에서 국가 안녕과 통일을 기원하는 ‘서제’로 시작된다. 서제에서는 행사가 무사히 치러질 수 있도록 관람객 모두와 함께 음복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10월 7일 오후 7시 30분에 봉황대 특설무대에서 신라고취대의 공연을 시작으로 신라 헌강왕과 처용의 이야기를 담은 주제공연 ‘처용’, 2016 세계대회 비보잉 1위 팀 저스트절크의 신라화랑무를 모티브로 한 창작 비보잉, 임창정, 소향 등 인기가수의 화려한 공연이 이어진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대표적인 ‘길놀이’는 10월 8일 오후 7시부터 화랑로(경주역 ~ 중앙시장)에서 펼쳐진다. 역대 길놀이 최초로 야간에 열리며 다양한 계층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열린 퍼레이드와 플래시몹을 접목한 대규모 퍼포먼스로 구성된다. 참가자들을 위해 신라의상 및 소품은 현장에서 무료대여가 가능하다.
10월 9일 오후 3시에 중앙로(구시청 삼거리~신한은행 네거리)에서 열리는 ‘줄다리기’는 신라문화제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최고의 볼거리다. 신라문화제의 횟수에 맞춰 44개 가닥을 꼬아 암줄, 수줄을 포함해 총길이 150미터의 거대한 줄이 준비된다. 여기에 남녀 400명의 인원이 참가해 줄다리기 경기를 치른다. 신라인의 웅장한 힘겨루기에 동참하고 싶은 관람객들은 인터넷, 모바일을 통해 사전 참가 신청이 가능하다.
서천둔치 일원에서 열리는 금장대 문화한마당에서는 신라문화제 기간 동안 신라가요제와 국악페스티벌, 어린이 인형극, 주제공연 “처용”, 동경이 한마당, 화랑무예체험, 전통공예체험, 프리마켓, 먹거리 장터마당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특히 황성대교 아래에서 금장대 입구를 이어주는 부교와 문화재 모형 유등을 설치해 부교 건너기 체험과 소원등 걸기 등 형산강에서 펼쳐지는 색다른 야간 체험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황성공원 일대에서 화랑씨름대회와 신라검법대회, 궁도대회 등의 각종 민속경연과 한글백일장, 시조경창대회, 학생미술대회도 함께 열려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한다.
연계행사로 실크로드 복합문화를 꽃피운 ‘아프카니스탄 황금문화 특별전’(9.26~11.27)이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열리고 신라부흥의 꿈을 가진 경순왕의 아들 김충의 이야기를 다룬 창작 뮤지컬 “형산강에 용이 산다”(10.5~6, 19:30)가 경주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무료로 공연된다.
* 왕들이 지키는 도시, 경주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노래
아직 여진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다. 피해 복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관광을 한다는 것에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천년 고도를 지켜온 신라인의 피가 면면히 흐르는 경주인들이 펼치는 신라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숱한 국난 속에서도 천년의 왕조를 지켜온 신라인들이 지녀온 불굴의 기상이 재현되는 역사의 현장을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문 밖을 나서면 왕들의 무덤들이 함께하는 도시.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는 왕들의 도시 경주. 이 가을, 경주에서 펼쳐지는 신라이야기의 현장으로 가보자. 천년을 이어온 신라인들의 함성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기운을 마음껏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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