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이내 발견 시 보존적 치료 가능...늦게 발견할수록 치료 어려워
아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특히 아이들의 뼈와 관절은 성인과는 다르게 태어날 때부터 견고하고 단단하게 자리 잡혀있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 뱃속에서부터 어떻게 자라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관절 건강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의사 표현이 어려운 영유아일수록 부모의 세심한 관찰 없이는 관절 이상 유무를 조기에 발견하기 어렵다. 그 중 고관절(엉덩이 관절)은 신생아 때 꼭 한 번 체크해봐야 할 관절 부위 중 하나다. 어렸을 때 고관절이 바르지 못하게 형성되면 무릎, 허리 등의 신체부위에 연쇄적으로 질환을 야기할 수 있음은 물론, 다리를 절거나 이차성 고관절염이 발병되는 등 예후가 매우 좋지 않기 때문이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 첫 아이, 역(逆)아 일수록, 가족력이 있어도
조기 발견이 꼭 필요한 소아 정형외과 질환에는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을 꼽을 수 있다. 아이가 자라면서 고관절이 비정상적으로 형성되는 질환을 의미하는데, 고관절의 일부가 탈구되거나 대퇴골두를 감싸는 비구가 덜 만들어지는 등 다양한 증상으로 질환이 발현될 수 있다.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첫째 아이와 여아에게서 발병률이 특히 높으며, 가족 중에 진단받은 사람이 있는 경우에도 더욱 주의가 필요한 질환이다. 뿐만 아니라 임신 시 태아가 머리가 아닌 엉덩이 부분이 아래로 향해 있는 둔위 태위, 즉 역(逆)아의 경우에도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둔위는 태아의 엉덩이가 자궁의 좁은 쪽에 위치하기 때문에 고관절에 압박이 지속적으로 가해질 수 있어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 발병 위험이 훨씬 높다. 이 경우에는 출생 후 2~3개월 이내에 아이의 고관절 상태를 미리 확인할 수 있도록 부모가 세심하게 챙겨야 한다.
말 못하는 우리 아기, 고관절 이상 유무는 어떻게 확인해야
신생아일수록 신체 움직임 없이 누워있는 경우가 많고 의사소통도 되지 않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고관절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몇 가지 증상을 미리 파악해두고 질환이 의심되면 신속히 소아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기저귀를 갈 때 다리가 잘 벌어지지 않거나 엉덩이와 허벅지 주름이 비대칭인 경우 질환 발병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탈구된 쪽의 다리가 짧아 보이는 등 아이의 다리 길이에도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아이를 반듯하게 눕히고 양쪽 무릎을 접어 올렸을 때 무릎 높이가 다르다면 고관절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다리를 절거나 오리걸음으로 뒤뚱거리며 걷는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걸음마가 진행된 때에는 이미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경우이긴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다가 평생 다리를 절거나 또 다른 고관절 질환은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발견 즉시 적극적으로 치료에 힘써야 한다.
생후 3개월 이내에 발견하면 보존적 방법으로 교정 가능해
생후 3개월 이내에 발견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아이의 허벅지를 벌린 상태를 유지시키는 방법 등으로 대부분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생후 3개월 정도가 지나면 증상이 더욱 뚜렷해지며, 이 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질환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면 수술적 방법으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생후 6개월 정도 이후에 질환을 발견한 경우에는 수술적인 치료를 시행해야 하며, 빠진 고관절을 제자리에 맞추고 필요 시 틀어진 허벅지나 골반뼈를 올바르게 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뼈를 자르고 다시 맞추는 치료법을 시행하기도 한다.
따라서 발달성 고관절 이형성증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매우 중요한 소아 정형외과 질환이다. 아이의 상태를 세심하게 관찰하는 것은 물론, 아이 다리를 쭉 뻗게 하는 자세는 지양해야 한다. 다리를 쭉 펴는 자세는 자칫 고관절이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쭉쭉이’라고 불리는 다리 마사지는 아이의 고관절 건강을 위해서라도 자제해야 한다. 반대로 아기를 포대기에 업거나 힙시트를 이용해 안는 자세는 아이의 고관절을 굽히고 벌리는 자세를 유지하게 만들기 때문에 엉덩이 관절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이인혁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