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전라감영 내의 전라감사 집무실이었던 선화당. 전주시는 1951년에 불 타 없어진 이 선화당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전주시 제공>
[전주=일요신문] 정성환 기자 = 전북 전주시는 그간 전라감영 복원사업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선화당을 비롯해 내아와 관풍루 등 핵심 건물들이 어디에 있었는지 정확치 않은 탓이다. 마침내 조선시대 호남과 제주를 관할하던 전라감사의 집무실인 선화당 등 전라감영 내 주요 건물의 위치가 확인됐다. 전라감영 복원사업의 핵심인 선화당의 위치가 확인됨에 따라 선화당과 전라감영의 사적 지정과 복원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편집자 주>
전라감영은 1392년 건립돼 1896년까지 전라도와 제주도를 다스리는 관아로 옛 전북도청 자리에 있었다. 선화당은 조선시대 500년간 전라도를 다스렸던 최고 통치권자인 전라감사의 집무실을 지칭한다. 내아는 전라감사와 그 가족이 살던 관사, 관풍루는 먼 길을 달려온 고위 관료를 맞던 사랑방을 뜻한다. 전주시는 지난 3일 일제강점기 도면과 발굴조사, 전문가 고증 등을 통해 선화당과 내아, 관풍각, 내삼문, 비장청터 등 전라감영 내 주요건물의 위치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선화당은 조선시대에 건립된 수백년 된 목조건물로 1951년에 불에 타 없어졌으며 이후 복원을 추진해왔으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번에 선화당 위치가 확인됨에 따라 이와 관련한 논란을 매듭짓게 됐고, 복원의 단초도 마련됐다.
지금까지 전라감영 선화당의 위치는 옛 전북도청사 뒤편 정도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장소는 밝혀내지 못했다. 2007년 전북 전주시 중앙동 옛 전북도청사 주차장 터를 발굴했을 때도 정확한 자리를 확인하지 못했다. 이번에 확인된 선화당의 위치는 옛 전북도의회에서 남쪽으로 13.6m 떨어진 곳으로 크기는 정면으로 21.3m, 측면은 10.4m로 확인됐다.
이 위치는 1928년과 1937년에 선화당 주변에 전북도청사와 상공회의소를 지으며 그린 공사도면에 표시돼 있었으며, 국가기록원에 도면이 소장돼 있었다고 시는 설명했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은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고 현장에서 일제강점기 도면과 대조해 전문가 검증을 거쳤다.
옛 전라감영 내의 전라감사 집무실이었던 선화당. 전주시는 1951년에 불 타 없어진 이 선화당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전주시 제공>
문화유산연구원은 이번 발굴조사에서 전라감영과 관련된 각종 고지도와 문헌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주요 건물터 예상위치를 고려, 바둑판식으로 25개의 구획(Pit)으로 나눠 하강작업을 실시하면서 전라감영과 관련된 유적을 찾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발굴조사의 내용과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전라북도 구도청사 도면, 전문가 고증 및 자문 등을 통해 전라감영 복원의 핵심건물인 선화당의 위치를 확인했다.
선화당의 위치를 추정한 첫 번째 자료는 국가기록원에 소장된 각각 지난 1928년과 1937년에 1/300 축적으로 그려진 전북도 구도청사 도면으로, 이 자료들은 전북도에서 건물의 신축 또는 증축 공사를 위해 예산을 신청한 문서철에 들어 있는 도면이다. 시기를 달리하는 두 장의 일제강점기 구도청사 도면에는 선화당이 표기돼 있어 선화당의 위치를 규명하는데 결정적인 자료로 활용됐다.
지난 1928년 그려진 구도청사 도면에는 감사 부친의 처소인 관풍각(觀風閣)으로 추정되는 건물이 그려져 있어 관풍각의 위치를 확인할 때 중요한 자료가 됐다. 또한, 1937년 구도청사 도면에는 산업장려관(옛 전북도의회) 건물이 있어 현재 구도청사 부지에서 선화당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산업장려관 건물이 건물 앞부분 좌우로는 증축됐지만 전후좌우로는 증축이 이뤄지지 않아 산업장려관의 좌측 하단부 모서리가 선화당의 위치를 확인하는 기준점이 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을 토대로 현 부지 내에서 선화당의 위치를 측량한 결과, 기준점이 되는 산업장려관으로부터 남쪽으로 13.6m 이격돼 있고, 크기는 정면으로 21.3m에 달하고, 측면은 10.4m로 확인됐다. 시와 연구원 등은 이러한 내용은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재확인했으며, 발굴조사 현장에서 일제강점기 도면과 대조해 전문가 검증을 통해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다.
두 번째 자료는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발견된 우물과 내삼문에서 선화당으로 이어지는 인도시설(답도)로, 일제강점기 도면에 표기된 우물의 위치가 발굴조사를 통해 드러나게 되면서 선화당의 위치를 확정하는 자료로 작용했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회화나무 인근 고려시대 건물터 1개소와 선화당 추정터 남동쪽 1개소 등 2개의 우물이 조사됐으며, 이 중 선화당 남동쪽에 위치한 우물은 1928년과 1937년 도면에도 표기돼 있어 선화당의 위치를 확정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이 됐다. 실제로 산업장려관 좌측 하단부 모서리를 기준으로 도면과 실제거리를 확인해 본 결과 41.1m로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1928년과 1937년의 도면에 표기된 일제강점기 도청사 건물의 기단부 전면과 후면이 조사됐으며, 이를 실측한 결과 선화당 위치가 정확히 일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발굴조사에서는 내삼문과 6방 비장의 사무소인 비장청으로 추정되는 대규모 적심시설도 발굴됐다. 발굴된 내삼문의 적심시설들은 고지도에 표기된 것처럼 선화당과 선화당 남쪽에 있는 인도시설과 일직선상에 위치하고 있다. 내삼문 동쪽으로는 적심시설과 아궁이 등 조선시대 건물터가 확인돼 고지도에 나와 있는 건물의 배치양상으로 보아 비장청과 관련된 시설로 추정된다.
아울러, 선화당의 위치를 추정할 수 있는 내삼문에서 선화당으로 이어지는 인도시설의 일부가 선화당 추정터의 남쪽에서 발굴됐다. 또, 선화당 북쪽에서는 전라감사 가족의 처소인 내아의 기단석과 부석시설, 연도부 등이, 선화당 동쪽에서는 지난 1928년 도면에 표기된 관풍각과 관련된 기단석이 각각 발견되기도 했다.
김병수 전주시 전통문화과장은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선화당은 물론 감영 시설의 위치와 유구 등을 확인하는 성과를 얻었다”며 “앞으로 발굴조사 내용을 실시설계에 반영, 원형에 근거한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전주문화유산연구원이 주관한 전라감영지 발굴조사는 지난 6월부터 복원 예정지 전체면적 1만6천117㎡ 중 지하층이 있는 옛 경찰청 터와 2006년 발굴지역을 제외한 9천115㎡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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