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느닷없는 유승민 비대위원장설은 김무성 전 대표 측에서 흘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파다하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수습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혀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유승민이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라는 논리지만, 이면에는 역전가능한 상황이 아닌 정국에서 유 의원의 리더십을 상처내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적잖다.
여기에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유승민 비대위 체제를 언급하며 분위기를 조성 중이라고 한다. 정가 돌아가는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친박계의 거부감이 큰 유 의원을 내세워 친박계의 싹을 자르려는 의도도 있지 않겠느냐”며 “지난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일각의 비윤리적 행위라든지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 의혹이 있을 수도 있는 친박 의원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한다든지 해서 출당조치든, 분당이든 결별하는 결과를 유승민 손을 통해 이뤄내고 싶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유 의원은 “친박과 비박이 갈라져 싸우는 모습으로 오해받는 것은 피하려 한다”면서 비대위원장설을 일축했다.
그러다 보니 비박계에서는 자신이 비대위원장의 적임자라는 다선 의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8·9전당대회 당시 비박계 후보로 단일화했던 정병국(5선)·주호영(4선) 의원이 그들이다. 당시엔 주 의원으로 단일화했지만 정 의원은 이번만큼은 자신이 당을 이끌 기회라는 듯 “분당의 각오로 싸우겠다”며 날을 세웠다. 박영선 등 야당 의원들이 3일 정 의원을 찾아가 시국을 논의한 것도 정병국 비대위 체제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주 의원은 유승민 비대위 체제가 수포로 돌아가는 듯하자 김 전 대표가 다시 밀고 있다고 전해진다.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에서 2위를 했으니 이정현 대표가 물러나면 주 의원 차례라는 논리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그는 대표적 친이계 인사로 비박계와도 교분이 없지 않다. 최근 당내 각종 긴급회의나 회동에 얼굴을 내밀며 존재감을 피력하고 있다. 다만 한 관계자는 “주 의원이 전대에서 떨어진 뒤 자신을 도와준 많은 의원들에게 인사든 밥이든 술이든 ‘마사지’를 제대로 못했다고 한다. 평소에 잘 해야지 필요로 할 때에만…”이라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게다가 비대위원장은 당권과 대권 분리 규정의 예외가 돼 대선 출마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우택 의원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비박계에선 나경원 의원도 후보로 오르지만 당내에서 여성 리더십에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여서 쉽지 않다는 얘기도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