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홈페이지 캡처
[일요신문] 지난 10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전망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이제 갓 상장한 만큼 셀트리온을 넘어 바이오대장주로 질주할 것이란 기대감이 존재하는 반면 당장 실적이 받쳐주지 못하는 데다 유통 주식수나 시장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다만, 전문가일수록 신중하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특히 삼성카드, 삼성생명, 삼성SDS, 삼성물산(구 삼성에버랜드) 등 최근 10년래 상장한 삼성 계열사들이 모두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고 있어 이번에도 ‘삼성의 저주’가 이어질지 관심이다.
지난 10일 주당 공모가 13만 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첫 3일간 고공행진을 하다 15일 5% 넘게 하락하며 4일 만에 제동이 걸렸다. 16일 다시 반등했지만, 17일에는 추가 납품계약 재료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루 만에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약점은 크게 3가지다. 우선 아직 돈을 벌지 못한다. 올 상반기 말 자산이 6조 원이 넘지만 빚이 절반 이상이다. 유동자산보다 유동부채가 많다. 영업실적도 적자다. 아직 본격적으로 돈을 벌지 못하고 투자에 주력하는 단계라는 뜻이다.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고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조기술이 비교우위에 있다지만 이 같은 기대감만으로 주가를 더 끌어올리기는 역부족이란 주장이 적지 않다.
익명의 헤지펀드 관계자는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유망하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이 뛰어들고 있다. 아무리 삼성이라도 예전과 같은 치킨게임을 치러내야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 벌써 샴페인 터뜨릴 생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유통 주식수가 적은 점도 문제다. 삼성 특수관계인이 발행주식수의 75%를 보유하고 있다, 외국인 지분율도 10%에 달한다. 국내 기관 보유 물량까지 합하면 실제 유통되는 주식은 발행주식의 10% 미만, 최악의 경우 5%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 유통 주식수가 너무 적으면 주가변동성이 커진다. 특히 공매도 등에 취약해질 수 있다.
전체 발행주식 가운데 삼성을 제외한 주식은 약 1650만 주다. 16일 이의 10%인 166만 주가 대차잔고다. 즉 삼성을 제외한 주식의 10%가 공매도 대기 상태라는 뜻이다. 유통 주식이 적을수록 공매도에 따른 주가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공모주(주당 13만 5000원)에 투자했던 한 기관투자자 관계자는 “상장 초기 MSCI 및 FTSE 선진지수 편입 효과로 외국인 매수가 몰려 주가가 올랐지만, 16만 원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단기간에 더 오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주식을 처분, 차익을 실현했다”고 귀띔했다.
현재 주요 증권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익전망이 불투명해서다. 목표주가를 낸 곳도 현재가보다 낮은 공모가 수준이어서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 실제 국내 기관은 10일 상장과 동시에 순매도를 시작해 줄곧 보유주식을 내다팔고 있다.
우리 증시 상황이 나쁜 점도 장애 요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달러 강세와 채권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화로 한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에게는 환차손 위험이다. 채권금리 상승은 채권 가격 하락이자 투자자금 조달 비용 상승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한국 비중을 줄일 상황인 셈이다.
9월 말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을 돌파해 이달 17일 1175원을 넘는 동안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 5000억 원어치가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다. 코스피200 선물 순매도규모는 4조 8000억 원이 넘는다.
2007년 6월 6만 22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삼성카드의 현 주가는 4만 5000원 선이다. 2010년 5월 11만 95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삼성생명 현 주가는 11만 8000원가량이다. 2014년 8월 24만 원 근처에서 출발한 삼성SDS 주가는 현재 15만 원을 밑돌고 있다.
다만 2014년 말 공모가의 2배인 10만 6000원으로 시작한 삼성에버랜드는 삼성물산과 합병 등을 거쳐 현주가가 14만 원이다. 하지만 합병 전 주가가 최고 21만 원을 넘었던 점을 감안하면 수익이 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