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한 입으로 두 말 하는 집권여당 대표를 두고 비박계의 비토가 크지만 당내 한 인사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워낙 점잖은 편 아니냐”면서 “더불어민주당의 ○○○ 전 의원이나 △△ 전 의원 정도만 있었어도 이 대표가 안 물러날 수 없었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이 대표를 두고 막장으로 간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최근 자신의 지역구 예산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최순실 사태로 최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의원들은 최 씨와 관련된 예산 1700억여 원을 삭감했다. 이를 지역구 예산으로 돌렸는데 이 중 이 대표가 정부안에도 없던 지역구 사업을 새로 집어넣어 234억 원을 추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 지역구인 순천의 사업은 순천만 야간경관 조성사업과 순천 유소년·청소년 다목적수영장 건립에 각각 50억 원과 순천 유소년·청소년 스포츠체험센터 10억 원 등이 늘어났다. 또 전남의 골프실습시설과 천년기념 공원 등의 조성사업에 100억 원가량을 더 올리는 데 영향력을 끼쳤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박근혜 대통령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당내 비주류 비박계의 총사퇴 요구를 묵살한 그가 뒤로는 지역구 예산을 쏠쏠하게 챙기고 있다는 말이 나돌면서 친박계에서도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최근 친박계 한 최고위원은 이 대표를 두고 “고집불통이다.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서청원 윤상현 등 친박계 핵심들의 비밀 회동에도 이 대표가 전혀 끼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예수를 모욕하는 듯한 발언으로 당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었다. 11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을 예수로 비유하면서 탄핵을 하라는 것은 “예수를 팔아먹는 유다가 돼 달라. 예수를 부인하는 베드로가 돼 달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대통령을 탄핵하는 것은 ‘배신자’이자 ‘변절자’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최고위원은 “누가 예수이고 누가 유다인가. 헌법을 유린하고 국정농단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 대통령을 힘없고 가난한 사람과 함께하다 박해당한 예수님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 이 이 대표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종교전쟁까지 뒤섞이는 복잡한 형국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매일 새벽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는 독실한 기독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여당 내에서도 비박계는 이 대표를 두고 “박근혜교라는 사이비종교를 추종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아 그의 리더십이 오래가진 못한 것이란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순실 사태를 두고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가 호남권에서 연이어 ‘0%’가 나온 것이 이 대표의 억지를 추동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 대통령 입과 같았던 자신의 정치행적이 이번 사태와 무관하지 않은 만큼 호남에서의 4선 국회의원은 물 건너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이런 불안한 리더십을 노출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