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박근혜를 체포하라.” “박 대통령께 힘이 됩시다.” 주장은 팽팽히 엇갈렸다.
26일 대구에서는 “대구가 뽑은 박근혜 물러가라”며 퇴진을 ‘촉구’하는 대회와 “탄핵반대, 국민과 국가의 배신자인 반란자들을 척결하라”는 퇴진을 ‘반대’하는 집회가 개최됐다.
입장이 극명히 갈라지는 이날 현장에는 서로 상반된 내용의 피켓과 유인물들이 넘쳐났다.
이날 오후 5시께 대구시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는 박근혜 퇴진 대구비상시국회의 주최로 ‘4차 대구시국대회’가 열렸다.
이번 촛불집회 참여자는 주최측 추산 2만여명. 앞서 지난 5일 1차 시국대회에선 3000여명, 11일 2차에는 4000여명, 19일 1만5000여명으로 증가 추세이다.
비가 눈이 내리는 날씨 속에서도 대구 지역의 시민단체, 대학생, 주부와 노년층 등 전 연령대가 참여해 촛불을 드높였다.
특히 이번 자유무대에서는 대구 이곡동에 산다는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장하은(10) 양은 “최순실 아줌마 딸은 열심히 공부 안해도 좋은 대학 갔다. 열심히 공부하고 피해 본 언니, 오빠들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한두 명도 아니고 거의 모든 국민이 하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 여러분들 정치에 눈을 떼지 말자. 또다른 박근혜가 나올 것이다”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일본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9) 할머니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 도장 찍은 적도, 합의한 적도, 듣지도 못했다”고 절규하며 “박근혜, 대구가 뽑았다. 이제는 대구가 박근혜를 끄집어 내야 한다”고 외쳤다.
“그러나 지금은 정권을 빼앗겨 주말조차 빼앗기겠네.” 최나래(26)씨는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패러디 한 ‘빼앗긴 정권에도 주말은 오는가’라는 제목의 시를 낭송해 호응을 받았다.
경북대의 한 학생은 성대모사로 박근혜 대통령을 흉내내며 “지금 대구경북 전 우주가 박근혜 정권 해체를 외치고 있다”고 말해 인기를 끌었다.
오후 8시께는 방송인 김제동과 함께 만민공동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제동은 곽재우 장군, 전태일 열사, 대구의 국채보상운동 등을 발언하면서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의 주차빌딩 앞 인도에서 ‘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사모) 대구지역본부’ 등 5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박 대통령 퇴진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헌정수호 결의대회’를 가졌다.
주로 6, 70대로 구성된 박사모 회원들은 ‘종북세력 척결, 국가 안보 허무는 선동언론 척결, 오직 정권 쟁취위한 국가 혼란 조장행위 즉각 중단하라’ 등의 문구를 쓴 피켓을 들고 대회에 참석했다.
경찰에 따르면 집회 참석 인원은 1000명으로 신고됐으나 때마침 오는 눈과 비로 절반 수준인 500여명이 집결했다.
무대에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무대에서 “박사모와 함께 많은 보수세력들과 함께, 박근혜를 지키고 대한민국을 지키고, 하야 반대를 강력히 투쟁하자”고 외쳤다.
정광용 박사모 중앙회장은 “언론이 이래도 되는가. 최소한 확인 작업일라도 해달라”면서 “만일 국회 탄핵안이 통과되면 이곳에 있는 분들 모두 서울로 모여달라”고 전했다.
박사모는 오후 2시30분부터 대구 중구 서문시장 큰장네거리~동산네거리~서성네거리를 지나 만경관 앞 등을 거쳐 다시 서문시장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진행했다.
박사모 집회가 열리는 서문시장과 대구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성로는 2~3km떨어져 있어 충돌을 우려한 경찰은 행진 진로를 변경했다. 경찰관계자는 “한일로에는 대구 4차 시국대회가 열리는 관계로 충돌이 우려돼 당초 계획된 한일극장 앞까지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1000여명의 병력을 행사장 인근에 배치했으나 시간과 장소가 달라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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