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월 27일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가리는 경선에서 패한 박근혜 캠프의 해단식 모습.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된 이명박 캠프에 박근혜 측 인사들이 속속 합류했지만 그 속내는 차기를 위한 포석이라는 설이 돌고 있다. | ||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간발의 차이로 뒤지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박근혜 전 대표가 결국 이 후보의 간곡한 요청을 뿌리치지 못했다.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 측에서 꾸준히 제의한 것으로 알려진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명예선대위원장 직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결국 상임고문직은 받아들인 것이다. 이 후보 측에서는 ‘삼고초려’ 끝에 가장 든든한 후원자를 얻은 셈이다.
이 후보 측은 지난 10일 경기도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에서 선대위 공식 출범식을 갖고 이명박 후보 대선캠프를 공식 발족했다.
선대위에는 박 전 대표와 더불어 ‘친박 세력’이 대거 포함됐다. 박 전 대표 캠프에 조직총괄본부장을 맡았던 김무성 의원은 부산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고 박 캠프에서 활약하던 김학원 의원은 전략기획 본부장을, 이상배·이해봉·이규택 의원 등은 선대위 부위원장 직을 맡았다. 박 전 대표 측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은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 총괄간사를 맡았고 박 캠프에서 여론조사를 담당하던 허용범 특보는 이 후보 비서실 메시지 팀으로 자리를 옮겼다. 경선 기간 중 이 후보 저격수 역할을 했던 유승민 의원은 대구시당 전략기획본부장을 김재원·이혜훈 대변인은 각각 정보위원장 직을 맡았다.
박 전 대표 캠프에서 핵심 역할을 하던 인사들 중에서 이 후보의 선대위에 속하지 않은 인물은 유정복 의원, 이성헌 전 의원, 이병기 전 경선 선대위 부위원장 정도다. 결국 박 캠프 측 핵심 인사들 대부분이 이 후보 측 선대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이런 친박 세력의 움직임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박 전 대표가 상임고문직을 수락했으니 나머지 사람들도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에 다 같이 힘쓰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 반면에 “일부 박 측 사람들이 이제 제 살길을 찾아 흩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대선 이후에 다시 결집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다”라는 의견이다. 이들이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결속력에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친박 세력의 핵심이랄 수 있는 김무성·유승민·유정복 의원 등은 “이 후보를 도와줘라”는 박 전 대표의 권유 때문에 결국 선대위 직책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외부의 시선을 의식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겠다는 계획은 밝히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박 전 대표에게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라도 모임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만은 확실히 하고 있다고 한다. 결국 우선은 한나라당의 정권 탈환을 돕고 대선 후에 내부에서 박 전 대표를 돕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 중앙선대위 임명장 수여식에서 이명박 후보(왼쪽)와 김무성 의원. | ||
하지만 이런 친박 세력의 분열도 박 전 대표의 한마디로 종식됐다. 박 전 대표는 지난 11일 김무성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경선에서 저를 도왔던 두 분이 대결해서 마치 싸우는 것 같은 모습이 보기에 너무 안 좋다”며 “캠프의 좌장 역을 했고 저와 더 가까운 김 의원이 양보해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무성 의원은 박 전 대표의 의견을 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수용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자칫하면 경선 패배 이후 당직 하나를 놓고 친박 그룹이 둘로 갈라져 싸우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사안을 박 전 대표 한마디가 정리한 것이다.
한편 서청원·최병렬 경선 선대위 고문, 홍사덕·안병훈 전 공동선대위원장 등 원외에서 박 전 대표를 도와온 인사들도 여전히 연대를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박 측 핵심 인사들의 모임을 지속적으로 주도하며 측면에서 박 전 대표를 돕겠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내 한편에서는 ‘박 전 대표 외부지원’을 선언한 이들 4명을 지목하며 “이 후보가 박 측의 주요 인사들을 포섭하는 데는 실패해 결국은 완벽한 화합을 이루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선대위 조직위원회에서 ‘완전한 화합을 보여주는 선대위’라고 외치고 있지만 박 전 대표 측과의 ‘화학적 결합’은 여전히 미완성이라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 측에서는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이 후보와 날카롭게 각을 세웠던 서청원 전 대표에게는 선관위 영입 제의 자체를 적극적으로 시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에게는 꾸준히 영입을 시도했지만 일언지하에 영입 제안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홍사덕 전 의원, 최병렬 전 대표 역시 “앞으로도 박 전 대표를 계속해서 돕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선관위 영입 제안을 결국 수용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의 한발 빼기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박 전 대표 캠프 인사들은 일단 대선 승리를 위해 이 후보 지원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아직은 알 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이야기다. 선거 과정에서도 잡음이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고 특히 양측 모두 선거 후나 다음 총선 공천 과정에서 어떤 자세를 보여 줄지 아직은 예단키 힘들다는 이야기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