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이 지난 11월 궁륭산병성배 타이틀을 획득한 데 이어 지난 13일 여류국수전에서도 우승해 여자기사 중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다.
오유진은 11월 24일 열린 1국에서 불계패했으나 9일 속개된 2국에선 흑으로 역전승,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3국은 최종국답게 시종 치열했지만 끝내기에 강한 오유진이 재역전에 성공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98년생, 2012년 7월 입단한 오유진은 그동안 최정 6단에 가려 정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두 번의 준우승만 기록 중이던 오유진은 지난 11월 열린 제7회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서 우승해 첫 타이틀을 획득한 이후 이번 여류국수전을 통해 여자기사 중 유일하게 2관왕에 올랐다.
“얼떨떨하죠. 솔직히 여류국수전은 결승에 올라가 있었으니 조금 기대했어요. 하지만 궁륭산병성배 우승은 저도 정말 뜻밖이에요. 반집승을 세 번이나 거뒀으니 운이 좋았던 거죠.”
오유진은 최정보다 두 살 아래. 어릴 때부터 숱하게 부딪쳐왔지만 성적은 늘 신통치 못했다. 노이로제라고 하면 심하겠지만 아무튼 입단하고 나서도 2승 10패였으니 천적이라 해도 좋을 정도. 그런데 최정을 앞에 두고 세계대회와 국내 유일의 여자기전인 여류국수전을 동시에 가졌으니 어리둥절할 만도 하다.
“최정 6단과 중국 위즈잉 5단하고 자주 비교당해요. 개인적으로는 최정 6단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이상하게 언니가 위즈잉 상대로 성적이 나쁜 걸 보면 껄끄럽게 생각하나 봐요. 이해가 안가죠(웃음). 아마 제가 정이 언니에게 느끼는 부담을 언니는 위즈잉에게 느끼는 모양이에요. 저요? 전 위즈잉은 할 만해요. 일단 위즈잉에게 기죽는 법은 없거든요.”
13일 열린 여류국수전 결승3번기 3국에서 오유진 4단(왼쪽)이 오정아 3단에게 245수 만에 백 1집반승을 거두고 정상에 올랐다.
평소 바둑공부는 한국기원 국가대표 연구실에서 한다. 바둑 국가대표는 이번에 유창혁 감독 체제에서 목진석 감독 체제로 바뀌었는데 젊어진 코칭스태프가 오유진은 반가운 눈치. 예전보다 연구방법이 다양해져서 좋다고 말한다.
“종반은 해볼 만한데 역시 전 초반 감각과 전투력이 문제예요. 그래서 항상 주위 분들에게 사활문제 풀라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데 잘 안돼서 고민이에요. 전 사활풀이 싫어하거든요.”
국가대표 팀에 소속된 기사들이 거의 그렇듯 시합이 없으면 바둑공부에 집중한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국가대표 상비군 훈련을 하는데 이번에 감독이 바뀌면서 오후 9시까지 하는 야간훈련이 추가됐다.
“9시까지 하는 야간 훈련은 의무적인 건 아니에요. 저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참가하고 있는데 네 번으로 늘려야 할 것 같아요. 내년 목표는 남자기사들과 대등하게 겨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 또 국내랭킹 100위 안에 드는 게 올해 목표였는데 내년에는 50위 안에 들어보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유경춘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