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돈 벌려고 연극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예술가의 정신은 절실할 때 가장 강하게 나오거든요. 춥고 배고픈 상황에서 갈고 닦은 기량들이 무대에 펼쳐질 때, 그때 터져 나오는 관객들의 환호성은 어떤 금전적인 보상보다 짜릿합니다. 그 맛에 연극하죠.“
성우처럼 깊은 종소리 같은 목소리가 사무실 벽을 타고 울린다. 목소리 음색뿐만 아니라 눈빛과 손짓에도 연극에 대한 열정이 묻어난다.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에 위치한 한 사무실에서 김종성 회장(49)을 만날 수 있었다. 고도예술기획의 대표이자 한국연극협회 대구시지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유명하지 않은, 고생 별로 안해본 연극인이라고 겸손해 했다. 대구를 아시아브로드웨이의 발판으로 만들겠다는 김종성 회장을 <일요신문>이 만나봤다.
그는 처음부터 연극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단지 초등학교 시절 책 ‘낭독’이 좋았던 그는 어릴적부터 성우의 꿈을 꾸다가 목소리로 감동을 주는 연극에 자연스럽게 몰두하게 됐다.
”제가 대학교 연극영화학과 나올때만 해도 연극이 소위 ‘딴따라 광대’라는 인식이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환경이 좀 열악했습니다. 제작비도 넉넉치 않은 상황에서 단원들과 함께 손수 무대장치하고 소품 만들곤 했죠. 우리가 만든 소중한 무대에 자리 채울려고 포스터도 수없이 붙이고 티켓 2~300장씩 팔고...돌아보면 피끓는 그때가 참 좋았죠.“
20여년을 연극으로 불태운 그는 현재 고도예술기획의 대표로 고도에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한국연극협회 대구시지회 회장으로 선임, 대구 지역 내 연극인들의 권리 증진과 더불어 연극의 장을 열고 있다.
”단체장으로써 대구 지역 300여명의 연극인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시의 예산을 들여오고 ‘대구연극제’, ‘국제호러연극’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해서 직·간접적으로 연극인들이 참여하게끔 기회를 제공하는게 실질적인 제 일이죠. 요즘은 ‘마실극단’이나 ‘골목극’처럼 대구 시민들에게 연극이 재미있는 장르로 다가가서 객석을 채울 수 있도록 활로를 찾고 있습니다.“
그는 객석을 채우는 일을 ‘활로’라고 표현했다. 그렇다. 현실적으로 연극을 통해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생산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상업성과 경제적 논리보다 공연예술의 중심인 순수예술 연극이 토대가 되어야 대구 지역을 아시아브로드웨이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것이 김 회장의 주장이다.
또한 김 회장은 시민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극을 위해 순수예술의 가치 속에 상업을 꽃 피워된다는 ‘현실적인’ 안목도 내비쳤다. 순수(예술)과 상업은 공존해야 된다는 것이다.
대구에는 30개의 극단이 있다. 이중 정회원극단은 20여개이며 대학교 졸업생을 위주로 한 젊은 신예극단도 창단 중에 있다. 이들의 순수한 예술성을 불태울 장을 마련하는 것이 김 회장의 몫이다.
현재 대구는 서울을 제외한 타 시·도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과공연장 개선사업 등으로 공연이 많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연극은 극단이 자생적으로 만들어져 진행되는 경우도 많아 타 도시에서도 부러워할 정도라고 한다. 지역 내 대극장은 9~10개 정도. 현재 ‘라이어’ 등 서울 공연들이 대구에 내려온 것도 그만큼 관객 인프라가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가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내년 6월 대구 지역에서 펼쳐질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 서울을 제외한 시·도팀 경연대회였던 ‘전국연극제’가 올해부터 ‘제1회 대한민국 연극제’로 바뀌면서 서울도 참여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제로 변모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연극인들이 몰리는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를 대구로 유치한 김 회장은 감격에 앞서 행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구에서 펼쳐질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는 내년 5월 대구컬러풀페스티벌과 6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다양한 장르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큰 잔치인만큼 전국에서도 많은 관객들이 몰리겠죠.“
내년 ‘대한민국 연극제’를 위해 권영장 대구시장을 대회장으로 하는 등 김 회장을 포함해 7명으로 축제사무국을 조직했다. 내년에는 2~30여명으로 팀을 꾸려 국내 연극제 뿐만아닐 해외 초청 공연, 거리 공연 등 부대행사에도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한국연극협회 대구시지회 회장의 임기는 3년. 김 회장은 2018년까지의 목표를 ‘젊은 문화 도시 대구’로 꼽았다. ”우선 내년 대한민국연극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들을 많이 만들겁니다. 획기적인 거리극페스티벌을 기획해 대구거리극이 또다른 축제로 만들어 질수 있도록 할 것이며 대구 지역 내 좋은 프로그램을 양성해 대구의 젊은 연극인들이 전출되지 않도록 하는게 관건이겠죠.“
마지막으로 김 회장은 ”연극은 항상 진지한 무대입니다. 열정과 진지함이 없으면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수 없죠. 관객들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극이 될수 있도록 내년 대구에서 개최될 ‘제2회 대한민국 연극제’에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구 =남경원 기자 skaruds@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