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큰 폭의 임원 인사를 단행해 이목이 집중된다. 일요신문DB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조대식 SK㈜ 사장이 신임 의장을 맡아 이끈다. 수펙스는 산하에 7개 위원회를 두고 있는데 2013년 신설된 이후 김창근 의장이 맡아오다 이번 인사로 큰 변화를 줬다. 7개 위원회 중 ▲에너지·화학 위원장에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ICT위원장에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커뮤니케이션위원장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인재육성위원장에 서진우 전 SK플래닛 사장 ▲사회공헌위원장에 최광철 SK건설 사장, 이 5개 위원회 위원장이 교체돼 SK그룹의 새해 기업 운영 방향성이 대폭 바뀔 것으로 보인다.
수펙스와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살펴보면 새해 SK그룹을 관통하는 핵심은 ‘고려대, ‘신일고’, ‘세대교체’로 압축할 수 있다. 신일고·고려대 출신인 최태원 회장은 전통적으로 동문들을 챙겨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대식 수펙스 신임 의장, 박정호 신임 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조기행 SK건설 부회장, 이형희 신임 SK브로드밴드 사장 모두 고려대 출신이다.
최태원 회장의 측근이자 가신으로 알려진 이형희 신임 SK브로드밴드 사장과 김준호 SK 하이닉스 사장은 신일고·고려대 출신으로 최 회장과 고교·대학 동창이다. SK브로드밴드가 2016년 호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인찬 전 사장이 낙마하고 대신 이형희 사장이 승진해 자리를 넘겨받았다. 또 유임된 김 사장은 보통 법조 출신 인사가 기업에서 법무팀을 이끄는 것을 넘어 반도체 기업 경영의 앞자리까지 차지하고 있다.
경영진과 수펙스 구성원이 대폭 젊어지면서 최 회장의 변화 의지도 드러났다. 특히 수펙스는 그 창립부터 의장을 맡아온 김창근 전 의장보다 열 살 아래인 조대식 의장을 필두로 7명의 위원장 중 6명이 50대로 젊어졌다.
연말인사를 통해 법조인 출신 임원들이 승진하거나 자리를 지킨 점도 특징이다. 법조라인을 챙기는 최태원 회장의 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윤진원 수펙스 법무지원팀장이 사장으로 승진했고, SK의 법무실을 이끌어온 김준호 SK하이닉스 사장과 강선희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은 유임됐다.
재계에서는 SK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지난 11월 24일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어 법무팀 역할을 강화한 것으로 풀이한다. 또 특검의 칼날이 SK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법무팀을 물갈이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SK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조사를 받으며 상당히 당황해 했다”며 “특검 준비에 사활을 걸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또 1사 2체제로 운영돼 온 SK(주) 홀딩스와 SK(주) C&C를 통합해 단일체제로 운영키로 하고 장동현 사장을 선임했다. SK(주) C&C는 사내 독립기업(CIC:Company In Company) 형태인 ‘C&C 사업’으로 바뀐다. SK 측은 이번 개편을 두고 “혁신과 도전을 가속화하기 위한 후속조치”라고 자평했다.
LG그룹은 지난 12월 1~2일 이틀간 계열사별 이사회를 통해 150여 명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일요신문DB
조성진·조준호·정도현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돼 오던 LG전자는 가전사업을 맡던 조성진 H&A사업본부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1인 최고경영자(CEO) 체제로 전환해 눈길을 끈다. 고졸신화의 대명사 조성진 부회장의 승진으로 새해부터 H&A사업본부는 송대현 사장이 맡는다.
조준호 MC사업본부장은 MC사업부의 6분기 연속 적자로 교체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유임됐다. 이로써 조 사장은 2017년 상반기 스마트폰 G6로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는 도전 기회를 다시 얻었다. 스마트폰 기술은 자동차부품(VC) 사업에 응용될 수 있어 비록 적자더라도 LG전자로선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LG가 구원투수로 투입된 지 1년밖에 안 된 조 사장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삼성·현대차·롯데는 임원인사 연기…찬바람 쌩쌩 분다 삼성·현대차·롯데의 경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특검으로 인사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매년 연말 정기인사를 단행했던 삼성그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검찰조사로 인사를 연기했다. 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미전실)이 해제를 눈앞에 두면서 적잖은 혼란을 겪고 있다. 그간 미전실은 사장단·임원 인사에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향후 미전실 해체를 비롯해 조직이 재정비되고, 2월 말로 예정된 특검 수사가 끝날 즈음에야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대기업 인사에서 가장 큰 태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 12월 26일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의 부장 이하 직원에 대한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임원인사는 해를 넘겼다. 현대차에 2016년은 추운 한 해였다. 자동차 판매 실적이 부진해지며 내부적으로 비상이 걸렸다. 2016년 11월 현대자동차 내수 판매는 2015년 동기에 비해 13.1% 감소하면서 5개월 연속으로 내수 판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현대차 내부에서는 ‘위급 상황’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0월 25일에는 그룹 임원 1000여 명이 급여 10%를 자진 삭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 7일 중국법인 수장을 교체한 데 이어 10월 14일에는 국내영업본부장을 교체했다. 재계는 현대차의 임원 승진자가 2015년보다 더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차의 2015년 현대차그룹 임원 승진자는 368명이었는데 이는 최근 5년 중 가장 적은 수였다. 현대차 역시 특검 수사가 마무리되면 임원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시국이 어지럽고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임원인사가 연기됐다”며 “정확한 임원인사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역시 특검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롯데그룹은 1월 말까지 정책본부 인원을 최대 40%까지 감축할 예정이다. 롯데 정책본부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로 산하에 7개실과 300여 명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정책본부가 축소되면 일부 임원을 포함해 120여 명의 인원이 계열사로 나뉘어 이동할 수밖에 없다. 롯데는 또 93개 계열사를 주력 계열사 중심으로 유통, 화학, 식품, 호텔·서비스, 4대 부문으로 나누고 부문장이 관리하는 체계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정책본부장과 4대 부문장에는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 등 롯데그룹 내부에서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거론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인사와 조직 개편이 연기되다보니 사실상 직원들이 적당히 놀고 있는 형국”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인사와 조직 개편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