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미스터&미세스 스미스>(2005) 현장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빌리 밥 손튼과 이혼한 ‘싱글녀’ 앤젤리나 졸리는, 제니퍼 애니스턴과 결혼 5년차에 접어들던 ‘유부남’ 브래드 피트를 만난다. 졸리는 브래드 피트의 결혼을 깰 생각은 전혀 없었다. 단지 그들은 현장에서 대단한 케미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서로에게 매우 좋은 친구가 되었고, 영화 홍보 기간에 약간은 과한 친밀감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그러나 파파라치들은 2005년 4월 졸리가 입양한 세 아이들과 함께 떠난 여름휴가 현장에 브래드 피트가 마치 애들 아빠처럼 함께 즐기는 모습을 포착한다. 이미 그들은 가족이 되어 있었고, 결국 피트와 애니스턴은 2005년 10월에 이혼한다.
2005년작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에 함께 출연한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이후 ‘브란젤리나’는 할리우드의 대표 부부가 되었다. 그들 사이엔 세 아이가 태어났고, 두 톱스타는 언제나 함께했다. 결혼 생활이라는 게 한결같을 순 없는 법. 언제나 그들에 대한 루머가 돌았지만, 그때마다 피트와 졸리는 인터뷰를 통해 변함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곤 했다. 계속 동거 관계를 유지하던 그들은 2014년 ‘결혼 10년차’를 맞이해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다.
그리곤 <바이 더 씨>(2014)라는 영화를 찍는다.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이후 근 10년 만에 찍은 이 영화는 권태기에 접어든 부부에 대한 영화로, 부부는 이 영화를 찍은 후 오히려 더 돈독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2016년 9월 20일, 앤젤리나 졸리는 이혼 서류를 법원에 제출했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졸리는 피트가 양육비를 대지 않아도 좋다며 여섯 아이의 독점적 양육권을 주장했고, 동시에 피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피트의 양육 방식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고, 피트가 상습적으로 마리화나를 피우고 알코올중독이며 분노 조절 장애를 겪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람들은 졸리가 완벽하게 함정을 판 후에 피트를 몰아넣고 있다고 수군거렸다. 게다가 염문설이 터졌다. <얼라이드>에서 공연한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아르와 피트가 사랑에 빠졌다는 것이다. 코티아르의 임신 사실이 알려지자 모닥불에 기름을 부은 듯했다. 이에 코티아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황급히 ‘팩트’를 알렸다. 임신한 건 사실이지만, 아이 아버지는 오랜 기간 동안 연인이었던 배우 기욤 카네라는 사실이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앤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모두 배우로서 매우 존경한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9월 22일에 또 하나의 폭탄이 터졌다. 피트가 술에 취해 15세 된 아들 매덕스에게 폭력을 행했다는 것. 비행기 안에서 피트가 졸리에게 험하게 굴자 매덕스가 말리려 했고, 이에 피트는 아동 학대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졸리의 주장이었다. FBI까지 수사에 개입되었고, 피트의 무죄가 입증되었지만, 이후 양육권이 모두 졸리에게 넘어가는 데 이 사건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마치 <미스터&미세스 스미스>의 장면들 같은 피트와 졸리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피트는 ‘녹음 파일’의 존재를 언급했다. 부부와 친분이 두터웠던 지인 론 버드가 직접 녹음한 것으로, 졸리의 정신적 문제와 마약에 얽힌 과거 등 부모로서 부적합한 면모가 죄다 기록된 100시간 분량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저널의 취재 결과 여러 감춰졌던 사실들도 드러났다.
피트의 오랜 경호원은 피트가 애니스턴과 함께 있을 때 훨씬 더 행복했다고 증언했다. 정치적 이유가 이혼의 원인이라는 설도 대두되었다. 유엔 난민기구 대사이기도 한 졸리는 영국의 정치인인 클로이 달튼, 아민카 헬릭 등과 친하게 지냈는데 그들은 해외 업무 때 졸리와 대동하길 원했고, 2016년에 졸리가 그들과 해외에서 보낸 시간은 70일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앤젤리나 졸리가 UN 사무국장을 노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클로이와 아민카는 그녀의 정치 자문인 셈. 졸리는 분쟁 지역에 종종 방문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 브래드 피트는 극도로 화를 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위험 지역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것에 대해 피트는 아버지로서 반대했지만 졸리는 강행했고, 아이들 앞에서 이 문제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한편으론 두 사람이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왔고, 결혼 생활 당시 졸리는 심각한 의부증 증세를 보이며 ‘피트가 만나면 안 되는 여자들’ 명단을 만들어 남편에게 주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예전부터 이혼의 조짐은 있었다”며, 2014년 아카데미 시상식 즈음을 그 시점으로 보는 저널도 있었다. 동영상 얘기도 빠질 수 없었다. 아들 매덕스가 부부 싸움하는 모습을 기록한 영상이 있다는 것이며, 이것은 양육권 분쟁에서 브래드 피트에게 불리한 증거가 될 거라는 전망이 이어졌다. 이에 브래드 피트는 앤젤리나 졸리가 아이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졸리는 피트가 정기적으로 약물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이런 상황에서 여섯 아이들은 엄마 편과 아빠 편으로 나뉘어 불만을 토로한다는 소식까지 들려왔다. 한때 ‘세기의 커플’로 불리었던 졸리와 피트. 하지만 2016년은 그들에게, 헤어나올 수 없는 진흙탕 전쟁에 빠졌던 최악의 해로 기록될 듯하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