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의 트위터.
[일요신문] 현 세계랭킹 1위라는 커제 9단을 비롯해 퉈자시, 미위팅, 스웨, 저우루이양, 천야오예, 롄샤오, 리친청, 구리까지 중국랭킹 1위부터 9위까지 모두 인터넷에 나타난 미지의 고수에게 패했다. 한국도 박정환 9단과 신진서, 박영훈, 김지석, 강동윤 등 최강자들이 돌아가며 도전했지만 역시 단 한 판도 건지지 못했다.
그리고 모든 대국을 마친 후 이 미지의 고수는 자신이 ‘알파고’라고 밝히고 홀연히 떠났다. 마치 무협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내용이 지난 며칠 동안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서 일어났다.
1월 4일 밤 11시, 인터넷 바둑사이트 한큐바둑에 그동안 인공지능으로 추정되었던 불패의 아이디 ‘마스터’(Master)는 대화창에 “지금부터 구리 9단과 마지막 대국을 두려고 한다. 나는 AlphaGo의 황박사(아자황)다”라고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이 바둑을 온라인을 통해 관전하던 커제 9단은 자신의 트위터에 “신형 알파고의 마지막 시험대국에 내가 나가서 이기고 싶었다. 구리 형이 인류의 최고 수준을 보여주길 바란다”라고 응원했지만, 결과는 2집 반으로 인간이 또 패했다.
결국 마스터는 2일과 3일에만 총 50국을 두어 도합 50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채 유유히 사라졌다.
이날 밤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도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더 새로워진 알파고의 성능을 실험해보기 위해 ‘Magister(P)’, ‘Master(P)’라는 온라인 아이디를 사용해 타이젬 바둑과 한큐 바둑에서 대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며칠 간 알파고를 개선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또 비공식 온라인대국을 통해 새로운 프로토타입 버전을 적용한 알파고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마스터’를 상대로 최초의 승리를 거두는 사람에게 10만 위안(약 1700만 원)을 주겠다며 상금까지 내걸었지만 결국 승자는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하사비스는 마지막으로 트위터에서 “이제 비공식 대국을 마쳤기 때문에 올해 안에 바둑협회, 전문가들과 함께 공식 경기를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알파고-이세돌의 대결에 이은 두 번째 인간과 인공지능의 맞대결을 예고하기도 했다.
유경춘 객원기자